김부기 스탠다드에너지 대표 화재 안전성·고출력 갖춘 ESS 개발 7월 일본 MK그룹에 제품 공급
[이데일리 권아인 수습기자]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을 보면서 알파고가 얼마나 많은 전기를 쓰는지에 충격을 받았어요.”
지난 2016년 열린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바둑 대결. 대부분 사람들이 승부의 결과에 집중할 때 김부기 스탠다드에너지 대표는 바둑판 너머 ‘전기’에 주목했다. 그는 알파고의 움직임을 보며 인공지능(AI)이 일상 곳곳으로 확대될수록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언젠가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크고 튼튼한 전력 저장장치가 필요할 세상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10년 후, 김 대표가 예상했던 문제는 현실이 됐다. AI 데이터센터는 물론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늘며 전력을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공급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김 대표가 찾아낸 해법은 바나듐 이온 배터리(VIB)였다. 기존 기술 가운데 안전성과 고출력, 대량 저장 능력을 두루 갖춘 배터리를 찾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자 그는 바나듐 소재를 적용해 직접 새로운 배터리를 만들었다. 김 대표는 “시대의 흐름에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를 먼저 보고 필요한 기술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부기 스탠다드에너지 대표가 직접 개발한 VIB 셀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권아인 수습기자)
VIB는 ESS에 특화한 이차전지다. 우리에게 익숙한 휴대전화나 전기차에 활용되는 건 작고 가벼운 리튬 이온 배터리다. 반면 VIB는 물 기반의 수계 전해액을 사용해 발화 위험을 낮췄고, 반복적으로 높은 출력을 낸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도심 인프라나 데이터센터처럼 화재 안전성과 고출력이 중요한 영역에 적합하다. 김 대표는 “5만번이 넘게 충전과 방전 테스트를 거쳤고, 최소 20년이상 운영할 수 있다”며 “AI 데이터센터와 도심 인프라 곳곳에서 많은 전력을 빠르게 충전할 때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설립된 스탠다드에너지는 이제 연구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사업화 단계에 들어섰다. 지난 3년간 고객사를 대상으로 개념 증명(PoC)을 진행해왔고, 지난달 대전 생산라인에서 첫 제품을 출하했다. 이 제품은 데이터 서버를 운영하는 LB휴넷에 공급됐다.
스탠다드에너지가 서울 구로구 소재 LB휴넷 본사 데이터서버에 설치한 VIB의 모습. (사진=스탠다드에너지)
내년도 공급물량도 거의 계약이 마무리됐다. 또한 2028년 손익분기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고객사로부터 요청받는 물량이 생산능력을 크게 웃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자체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양산 노하우 등을 해외 파트너에 제공해 미국과 멕시코 등 현지에서 직접 물량을 생산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현재 회사가 보유한 특허는 약 375개다. SK온·SK이노베이션과도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해외시장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스탠다드에너지는 지난 7월 일본 교토 운송·물류기업인 MK그룹에 VIB ESS를 설치했다. 미국과 중국에서도 도심형 ESS를 중심으로 사업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AI 시대에는 전기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확보하는가가 국가와 산업의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전 세계에서 전기가 흐르는 모든 곳에 우리의 기술이 들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