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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은 넘치는데 파업 위기…K조선, 호황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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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기자I 2026.08.30 14: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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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N% 성과급·하청노조 갈등에 파업 우려
가동률 100% 넘긴 상황에서 도크·생산일정 차질
노동집약적·숙련공 의존도 높아 손실 상당할수도
마스가 사업 차질 우려도…"생산 안정성 유지해야"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수년 간의 부진을 털어내고 슈퍼싸이클에 본격 진입한 조선업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이미 3~4년 어치 일감이 쌓인 상황에서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격화되면서 도크가 멈춰설 위기에 처한 것이다. 연쇄적인 생산 공정이 이어지는 조선업 특성상 생산 차질로 납기 일정이 밀릴 경우 건조 지연에 따른 비용 부담은 물론 수주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진행 중인 국내 조선업계에서 영업이익과 연계한 성과급 배분과 하청노동자들의 동일한 처우 개선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연내에 전면 파업이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조선 3사는 올해 상반기 기준 가동률이 100%를 넘길 정도로 포화상태라는 점에서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손해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미 건조 일정이 촘촘하게 잡혀 있는 만큼 특정 공정의 지연이 뒤에 예정된 선박의 작업 일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단순한 생산 차질을 넘어 선박 도크·생산 일정에 지장을 받아 추가 수주에도 불리한 환경에 놓일 수 있다.

지난해 HD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이 울산 본사 조선소에서 집회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HD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이 울산 본사 조선소에서 집회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선업은 노동집약적이고 숙련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라는 점에서 생산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회원사의 국민 생산직은 2023년 8만7601명에서 2024년 7만8141명, 2025년 7만2021명으로 감소했다. 2년 만에 1만5580명이 줄어든 셈이다. 외국인 근로자를 확대해 부족한 인력을 보완하고 있지만, 용접·배관·전장·의장 등 숙련도가 중요한 공정은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이탈할 경우 파업 손실도 상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의 영향은 단순하게 하루치 생산손실로 볼 것이 아니라 납기 지연에 따른 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과거 2022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당시에는 고정비 지출, 선박 인도 지연에 따른 손실보상금 등을 합해 사측이 1조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던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조선3사의 임단협 갈등 양상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호황에 따른 성과 공유와 배분 문제, 노동자 대표 교섭 문제 등을 둘러싸고 노사 간의 입장 차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맏형 격인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7일 쟁위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 이를 가결로 통과시켰다. 앞서 중앙노동위원회가 노동쟁의 사안과 관련해 중재가 어렵다고 조정 중지 판단을 내린 만큼 이제 합법적인 파업권을 획득하게 된 셈이다. 가장 큰 쟁점은 노조 측은 영업이익의 최소 30% 수준을 성과급으로 배분하자는 입장이지만, 사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해 HD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2조375억원)을 단순 계산하면 30%에 따른 성과 배분 재원은 6100억원을 웃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이미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1조945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같은 실적 흐름을 기준으로 하면 성과 요구액은 1조원대로 커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일감은 넘치는데 파업 위기…K조선, 호황의 역설
HD현대중공업이 파업을 강행할시 다른 조선사에 분위기가 번질 분위기다. 한화오션은 현재 원청 임단협뿐 아니라 하청노조와의 갈등까지 겹치며 노사 간에 소송을 진행 중이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도 실적 개선에 따른 임금·성과 보상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올해부터 한미 조선업 협력 사업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 국내 조선사들의 생산 능력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국내 수주잔고를 소화하는 동시에 미국 현지 조선소 투자와 기술·인력 지원까지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 장기화로 생산 안정성과 납기 대응 능력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 양국 협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K조선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배를 수주했느냐’에서 ‘얼마나 제때 만들어 인도할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며 “호황기에 일감이 쌓여있는 만큼 노사 갈등을 잘 관리하고 생산 현장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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