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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주권은 빌릴 수 없다…한국, ‘미토스급 AI’ 확보에 승부 걸어야 [김현아의 IT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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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기자I 2026.07.19 16:38:45

금 가는 미국 AI 독점, 중국의 ‘오픈웨이트’ 반격
‘선택과 집중’으로 AI 생태계 주도권 잡아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패권을 장악했던 미국 빅테크의 철옹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 균열의 중심에는 미국의 강력한 반도체 규제와 GPU 확보 제한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빠르게 성장한 중국 AI가 있다.

중국의 약진을 상징하는 대표 사례가 문샷AI(Moonshot AI)의 초거대 언어모델 ‘Kimi K3(키미 K3)’다. AI 성능 분석 플랫폼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중국 주요 모델들은 GPT와 클로드 등 미국 최고 수준의 폐쇄형(Closed) 프론티어 모델과의 기술 격차를 불과 수개월 수준까지 좁혔다.

특히 Kimi K3는 중국 오픈웨이트 모델이 더 이상 ‘저비용 대안’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프론티어 모델 경쟁에 직접 뛰어들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다.

AI 주권은 빌릴 수 없다…한국, ‘미토스급 AI’ 확보에 승부 걸어야 [김현아의 IT세상읽기]
"프런티어 AI 성능 추이" 출처= Artificial Analysis
중국 AI 반격의 핵심 무기는 모델 가중치(weights)를 공개하는 ‘오픈웨이트(Open-weight)’ 전략이다.

상업용 폐쇄형 모델 중심으로 경쟁해 온 미국과 달리, 중국은 누구나 모델을 활용하고 파인튜닝(추가 학습)할 수 있도록 개방하며 개발자와 기업 생태계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AI 경쟁의 규칙도 바뀌고 있다. 이제 승부는 단순히 “누가 가장 강력한 모델을 만드는가”에 있지 않다. 얼마나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얼마나 넓은 생태계를 구축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하드웨어 제약 뚫어낸 중국…결국 승부는 인재와 소프트웨어

중국의 도약이 전 세계에 충격을 준 이유는 하드웨어 열세를 소프트웨어 혁신으로 돌파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강력한 GPU 수출 제한으로 최첨단 반도체 확보에 제약을 받았지만, 중국 기업들은 모델 경량화와 알고리즘 최적화, 데이터 증류 등 집요한 기술 혁신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그 배경에는 칭화대 등 탄탄한 연구 생태계와 젊은 AI 창업자들이 있다. 문샷AI의 양질린, 딥시크(DeepSeek)의 량원펑 등 중국 AI 창업자들은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축적한 기초 연구 역량을 산업 현장으로 빠르게 연결했다.

하드웨어 부족을 소프트웨어 경쟁력으로 보완한 중국의 사례는 AI 시대의 핵심 자산이 단순한 장비가 아니라 이를 극대화하는 인재와 연구 생태계임을 보여준다.

물론 중국 모델이 모든 영역에서 미국 최상위 모델을 넘어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후발주자도 뛰어난 인재와 소프트웨어 혁신을 결합하면 짧은 시간 안에 글로벌 AI 경쟁 구도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는 사실이다.

AI 시대의 최종 승부처는 GPU 보유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확보한 컴퓨팅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새로운 기술과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재·연구·소프트웨어 역량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출처=이원태 국가AI전략위원회 민간위원(국민대 특임교수)
출처=이원태 국가AI전략위원회 민간위원(국민대 특임교수)
글로벌 불안감의 틈새, ‘소버린 AI’가 기회다

미·중 양강 체제가 고착화될수록 세계 각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 AI에 의존하자니 데이터 주권 상실과 기술 종속이 우려되고, 중국 AI를 활용하자니 보안과 신뢰성이라는 부담이 따른다.

대한민국이 공략해야 할 기회는 바로 이 글로벌 ‘불안감의 틈새’다.

정부가 추진하는 ‘모두의 AI’ 전략은 이러한 국제적 흐름과 맞닿아 있다. 독자적인 AI 기술을 기반으로 각국의 언어와 산업 데이터를 학습한 맞춤형 AI를 제공해, 미·중 사이에서 새로운 선택지를 원하는 국가들에게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은 제조·통신·금융·콘텐츠 등 다양한 산업 데이터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특정 산업과 국가에 맞춘 신뢰 가능한 AI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AI 의존도가 높으면 갑자기 서비스 문이 닫히는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독자 AI 역량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독자 AI 확보는 이제 단순한 기술 자립을 넘어 국가의 외교력과 수출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이 됐다.

방향은 맞다…이제는 ‘속도’다

하지만 ‘소버린 AI’라는 전략이 현실이 되려면 압도적인 컴퓨팅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국내 AI 기업들이 지원받는 수백 장 규모의 GPU만으로는 글로벌 빅테크가 구축한 수만 장 이상의 GPU 클러스터 경쟁을 따라가기 어렵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최상위 프론티어 모델, 즉 ‘미토스급 AI’를 개발하려면 최소 1만 장 이상의 GPU를 활용할 수 있는 대규모 전용 컴퓨팅 환경이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미토스급 AI는 단순한 국내용 모델이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추론·창작·과학 연구 능력을 갖춘 글로벌 프론티어 AI를 의미한다.

AI 패권 경쟁에서 1~2년의 지연은 단순한 시간이 아니다. 기술 격차가 고착화되고 생태계 선점 기회를 잃을 수 있는 결정적 시간이 된다.

또한 한정된 자원을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나누는 방식으로는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미국과 중국을 따라잡기 어렵다. 세계 수준의 모델 개발 역량을 갖춘 연구진과 기업이 도전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를 집중 지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의 AI 독점은 흔들리고 있고, 생태계는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중국은 악조건 속에서도 오픈웨이트 전략과 인재, 소프트웨어 혁신으로 새로운 경쟁 방식을 증명했다.

이제 대한민국의 선택이 남았다. AI 시대에는 모델을 빌려 쓰는 국가와 모델을 만드는 국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다.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미토스급 AI’를 우리 손으로 빠르게 확보하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이 AI 주권을 지키고 미래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승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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