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평가 넘어 정치권 대립으로 보수단체, 배우 유해진 앞 집회 신고 SNS에선 출연배우 불매 포스터 공유 '좌표 찍기' 아닌 건전한 토론 필요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1974년 고(故)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공방이 문화적 평가의 범주를 넘어 정치권의 진영 대립으로 비화하고 있습니다. 영화에 대한 해석 차이가 정쟁으로 번지면서, 비판의 초점은 출연 배우 자택 앞 집회와 광고 불매운동 등 사적 압박으로 옮겨붙는 양상입니다.
영화 '암살자(들)' 주연 배우 유해진 (사진=연합뉴스)
2일 경찰과 영화계에 따르면 보수 성향 단체 신자유연대는 최근 주연 배우 유해진 씨의 서울 성북구 자택 앞 집회를 관할 경찰서에 신고했습니다. 이들은 3일부터 한 달간 자택 일대에서 ‘유해진 규탄, 암살자(들) 제작사 규탄’ 집회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는 “집 앞 집회 신고를 마쳤으며, 거처를 옮기더라도 ‘도망간 유해진’을 입증해 보이겠다”고 공세를 폈습니다.
여파는 광고계로도 번졌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배우들의 사진과 함께 “보지 않습니다, 예매하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불매 포스터가 공유되고 있습니다. 일부 단체와 누리꾼은 유 씨가 모델로 활동 중인 식음료 브랜드를 상대로 모델 계약 해지와 불매를 압박했고, 비판 댓글이 폭주하자 해당 브랜드는 공식 유튜브 채널의 댓글 창을 폐쇄했습니다.
서울시내 한 극장에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가 걸려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번 사태는 영화가 광복절 기념식장 저격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가설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촉발됐습니다. 정치권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과 “창작물에 대한 과도한 정치적 개입”이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제작진은 “특정 결론을 유도하거나 사실을 왜곡할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비판의 화살이 배우 개인에게 쏠리자 한국영화제작가협회도 입장을 냈습니다. 협회는 “작품에 대한 다양한 평가는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단지 출연했다는 이유로 개별 예술인에게 과도한 비난과 압박이 집중되는 상황은 우려스럽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진영 대립 속에서도 흥행세는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2일 오전 기준 누적 관객 수 약 182만 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습니다. 평점 테러와 불매 운동, 이에 맞선 관람 독려가 맞물리며 관객의 관심이 집중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역사적 왜곡인지 영화적 허구인지는 관객 각자가 판단할 몫입니다. 그러나 작품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넘어 배우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과 사적 제재로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집단적 ‘좌표 찍기’가 아닌, 창작과 역사를 대하는 성숙한 토론 문화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