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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수출 규제는 역설적으로 중국의 자체 장비 개발을 재촉했다. 성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중신궈지(SMIC), 창신메모리(CXMT) 등 자국 반도체 기업이 장비를 직접 시험하고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내수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중국의 성과를 단순한 선전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올해 5대, 내년 20대 생산 목표 역시 시행착오를 축적하며 기술을 끌어올리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한국이 당장 ASML과 같은 노광장비 완제품 개발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노광장비는 대표적인 초고난도 장비다.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를 중심으로 핵심부품부터 공략하고, 노광 공정을 뒷받침하는 주변 생태계로 국산화 범위를 넓혀가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검사·측정장비다. 세계 최대 반도체 검사·계측 장비 기업인 미국 KLA는 미세공정의 결함 검사와 계측 기술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우리도 독자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앞세운다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포토레지스트, 포토마스크와 펠리클 등 노광 소재도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분야다. 다만 해외 제품을 그대로 따라 만드는 수준으로는 공급망 안정 이상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새로운 소재와 측정기술을 꾸준히 상용화할 수 있도록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노광장비 국산화는 완제품 한 대를 그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강점을 가진 핵심 기술을 축적해 글로벌 노광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전략이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