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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키운 ‘고객 참여형 공동개발’
실제 삼성전자와 인텔, TSMC는 2012년 ASML의 고객 공동투자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세 회사는 ASML 지분 23%를 총 38억5000만유로에 인수하고, 별도로 2013~2017년 EUV와 차세대 웨이퍼 기술 연구개발에 약 13억8000만유로를 지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연구개발 분담액만 2억7600만유로였다. 고객사가 완성된 장비를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금과 공정 역량을 제공하며 개발 위험을 함께 나눈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 DUV 시장의 강자였던 일본 니콘과 캐논이 EUV 경쟁에서 밀려난 배경도 생태계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두 회사는 세계적인 광학·정밀기계 기술을 보유했지만 EUV에 필요한 광원과 광학, 계측 기술, 고객사의 공정 역량을 하나로 결집하는 경쟁에서는 ASML에 주도권을 내줬다. 최고의 장비는 공급기업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고객과 함께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중국도 미국의 수출 규제를 계기로 비슷한 구조를 만들고 있다. 중신궈지(SMIC)와 창신메모리(CXMT) 등 자국 반도체 기업이 자체 개발 장비를 평가하고 개선에 참여하면서 거대한 내수시장이 시행착오를 축적하는 시험장이 되고 있다.
검사·측정장비부터 공략해야
한국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산 장비 개발 초기부터 참여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개발 장비를 장기간 시험할 생산라인과 평가 인프라를 제공하고, 실제 공정 데이터를 장비업체와 공유해야 한다. 초기 장비를 구매한 뒤 공급사와 공동으로 성능을 끌어올리는 실증·구매 제도도 필요하다.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도입을 외면하면 국내 장비업체는 양산 경험을 쌓을 기회조차 얻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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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개발 대상이 반드시 노광장비 완제품일 필요는 없다. 기술 장벽이 높은 완제품을 무리하게 따라가기보다 한국이 경쟁력을 축적한 핵심 부품과 검사·측정장비 등부터 공략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미세공정에서는 회로가 설계대로 구현됐는지 측정하고 미세 결함을 찾아내는 기술이 수율과 직결된다. 미국 KLA가 검사·계측장비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듯 우리도 새로운 측정 원리와 아이디어를 갖춘 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포토레지스트(여러 공정서 표면에 패턴 코팅을 형성하기 위해 쓰는 광민감성 물질)와 마스크, 펠리클 등 소재 분야 역시 유망하다. 다만 해외 제품을 그대로 모방하는 수준의 국산화만으로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어렵다. 국내 대학과 기업에서도 새로운 포토레지스트와 검사·측정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연구 성과가 사업화 단계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다. 독자 기술을 실제 공정에서 검증하고 상업화로 연결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광장비 경쟁력은 한 기업이나 한 번의 연구개발 투자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장비기업의 독자 기술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공정 역량,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될 때 비로소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기술이 나온다. 한국도 공급기업과 고객이 개발 위험을 함께 나누는 구조를 만들어야 ‘추격형 국산화’를 넘어 새로운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8/PS26080700083.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