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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계곡 수영, 가을엔 자전거…도시에 없는 귀한 체험 '무궁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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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영 기자I 2026.11.03 05: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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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학교의 반란]ⓛ강원 영월군 옥동초등학교
옥동천 고기잡이, 강변 자전거 타기로 정서 함양
농촌 유학생들 “도시선 못해본 체험학습 많아요”
농촌 유학 참여로 전환점…경쟁률 3대1 학교로
원어민 교사 학교 상주…‘영어 교육 강점’ 평가도

지방의 마을들이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6년 10월 기준 전국 인구 감소 지역(시군구) 92곳 중 87곳이 지방입니다. 지방 소멸의 위기 속에 학교마저 사라지면 새로운 인구 유입 가능성은 아예 차단됩니다. 이데일리는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교육의 질을 제고, 시골 학교를 살려가는 사례를 6회에 걸쳐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영월(강원)=이데일리 신하영 기자]“농촌 유학이 아니었으면 폐교가 될 수 있었을 겁니다.”

강원 영월군 김삿갓면에 위치한 옥동초등학교. 풍광 좋은 마을이란 명성에 걸맞게 학교 앞에는 옥동천이 흐르고 뒤편 태화산에는 구름이 걸려 있다.

옥동초 학생들이 옥동천 주변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사진=옥동초등학교)
옥동초 학생들이 옥동천 주변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사진=옥동초등학교)
옥동초는 1925년 개교한 100년이 넘는 유서 깊은 학교지만 한때 폐교 위기에 놓였다. 인근 지역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이 3명 이하로 줄면서다.

옥동초가 전환점을 맞은 것은 농촌 유학 사업에 참여하면서다. 이 학교는 2024년부터 농촌 유학생을 본격적으로 모집하기 시작했다. 농촌 유학 프로그램은 도시에서 재학 중인 학생들이 농촌 학교를 체험토록 하는 사업으로 현재 전남 광주·전북·강원·경북·충남·제주 등 8개 교육청이 참여하고 있다.

도시 학생·학부모가 유학을 오면 지방자치단체와 해당 지역 교육청이 주거비를 지원하는 식이다. 영월군은 학생 1명당 월 6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옥동초의 전교생 43명 중 60%에 해당하는 26명은 도시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다. 농촌 유학은 6개월 단위로 2년까지 연장이 가능한데 옥동초로 유학 오는 가정의 90%는 연장을 선택한다. 김길래 옥동초 교무부장은 “최근 유학 수요가 늘면서 학부모 면담 뒤 비교적 장기 유학을 고려하는 가정을 우선 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녀를 위해 농촌 유학을 왔다가 아예 정착한 사례도 있다. 박주영·정은영 부부가 대표적이다.

남편인 박 씨는 2024년 2월 부인이 아이들과 함께 6개월 단위의 농촌 유학을 가겠다고 하자 ‘잠시만 떨어져 지내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당시는 첫째 해민(11)이 3학년으로 진급하는 시기였고 둘째 해온(9)이는 이제 막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다. 부인 정 씨가 먼저 남매를 데리고 떠난 뒤 아이들이 영월에서 계속 학교를 다니고 싶어하자 유학 기간을 연장한 끝에 결국 온 가족이 영월로 주소지를 옮기게 됐다.

박 씨는 “서울에선 맞벌이 부부로 살면서 아이들을 챙기기 어려워 학원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며 “영월로 이사온 뒤부터는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아이들 표정도 밝아졌다”고 했다. 그는 옥동초가 소규모 학교인 점도 오히려 장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박 씨는 “학년별 학생이 10명 이하라 학교에서 발표 수업을 하거나 행사를 열 때면 학생 모두가 참여하기에 아이들의 사회성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체험학습이 가능한 점도 농촌 유학의 장점이다. 정 씨는 “아이들이 여름에는 학교 인근 계곡에서 수영하거나 강가를 자전거로 달리고 인근 옥동천에서 물고기를 잡는다”며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좋은 자극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옥동초 학생들이 생태체험활동으로 수확한 감자를 손질하고 있다.(사진=옥동초등학교)
옥동초 학생들이 생태체험활동으로 수확한 감자를 손질하고 있다.(사진=옥동초등학교)
옥동초의 농촌 유학이 입소문을 타면서 전학을 오려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현재 전교생 43명 중 8명이 전학을 통해 재학 중이다. 김 교무부장은 “유학은 경쟁률이 3 대 1을 넘고 모집 시기도 정해져 있어 이를 놓친 학부모들은 전학을 선택한다”며 “전학은 농촌 유학처럼 지원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학을 원하는 수요가 꾸준하다”고 했다.

지자체와 관할 교육청도 농촌 유학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옥동초의 경우 영월군과 강원교육청으로부터 받는 지원비만 연간 1억 4000만원에 이른다. 옥동초는 지원금을 모두 학생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다양한 방과후 수업 개설이 가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옥동초에선 독서논술·컴퓨터·바이올린·배드민턴·피아노·창의수학·코딩·보컬밴드·탁구 등 다양한 예체능 수업을 들을 수 있고 미국 원어민 교사도 상주한다.

4학년 자녀와 함께 서울 강남구에서 옥동초로 유학 온 학부모 박가영(가명) 씨는 “무엇보다 아이가 학교생활이 즐겁다고 해서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 일산에서 유학 온 5학년 김준형 군은 “도시에선 할 수 없는 체험학습이 많아 즐겁다”고 했다. 서울에서 유학 온 같은 학년 박해민 양은 “학생 수가 적다보니 전교생 모두와 친구가 될 수 있다”며 “매일 아침 학교 가는 게 기다려진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박수원 옥동초 교장은 “도시 아이들이 농촌 유학을 와서 정서적인 도움을 받는다”며 “영월은 그 아이들로 인해 지역 자체가 활력을 되찾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학생들 모두 나라의 인재가 될 아이들인데 교육에 대한 지원을 경제 논리로만 접근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농촌의 소규모 학교들이 ‘지역 소멸’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농촌 유학 지원을 유지해 달라는 주문이다.

옥동초 학생들이 원어민 교사에게 방과후 영어 수업을 듣고 있다.(사진=옥동초 제공)
옥동초 학생들이 원어민 교사에게 방과후 영어 수업을 듣고 있다.(사진=옥동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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