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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배우기 쉽지만 ‘한국어’는 익히기 어려워
K컬처의 전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맞춤법, 띄어쓰기, 조사, 높임말, 발음 변화 등 복잡한 규칙으로 인해 한국어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16일 세종학당재단에 따르면 외국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인 세종학당 수강생은 2007년 첫 개설 당시 740명에서 2025년 12만 3427명으로 167배 늘었다. 온라인 세종학당 수강생도 2020년 2만 5147명에서 2025년 11만 5593명으로 4.6배 증가했다. 지난해 온오프라인 세종학당 수강생을 합치면 23만 9020명에 달한다.
그러나 외국인 학습자들이 마주한 한국어는 난해했다. 취재에 응한 이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난관은 발음이었다. 한글 자모를 읽는 법을 익히는 것과 글자대로 소리 나지 않는 단어를 실제 대화에서 알아듣는 일은 다른 문제였기 때문이다.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공부하는 싱가포르 출신 록 준리는 “‘ㄱ·ㅋ·ㄲ’와 ‘ㅔ·ㅐ’처럼 미세한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키르기스스탄 출신 김 발레리야도 “‘맞다’가 ‘맏따’, ‘낮’이 ‘낟’처럼 발음돼 왜 글자 그대로 읽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다”며 “‘어·오’, ‘여·요’ 등 비슷한 모음을 구별하는 데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출신 로이는 모국어에 없는 된소리를, 카자흐스탄 출신 나탈리는 ‘오·요’, ‘우·유’, ‘에요·예요’의 차이를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문장 구조와 어휘, 실제 언어생활의 차이도 장벽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세종학당을 나온 팔레스타인 출신 루바 키파 압둘칼레크는 비슷한 단어가 많고 맥락에 따라 쓰임이 달라지는 점, 속담과 의성어·의태어가 낯선 점을 꼽았다. 그는 “아랍어는 동사가 앞에 나오지만 한국어는 조사가 뒤에 붙어 끝까지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록 준리는 “수업에서는 물건이 없을 때 ‘품절되다’라고 배우지만 실제 가게에서는 ‘다 나갔어요’라는 표현을 더 자주 듣는다”며 교재와 일상 표현의 차이도 어렵다고 했다.
“한국어는 반복적으로 접하며 몸으로 익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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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가르치는 현장에서도 비슷한 어려움이 확인된다. 이영민 한국어 강사는 “외국인 학습자들은 ‘예·에·얘’처럼 모양이 비슷한 모음 글자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받아쓰기에서도 획 하나를 빠뜨리는 실수가 자주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받침이 실제 발음에서는 7가지로만 실현된다는 점과 불규칙 활용, 여러 어미 변화를 규칙만으로 익히기는 어렵다”며 “실제 표현을 반복해 접하며 몸에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어의 복잡함을 오히려 매력으로 받아들이는 학습자도 있다. 파키스탄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운 이크라는 높임말을 한국어의 어려움이자 매력으로 꼽았다. 그는 “‘집’ 대신 ‘댁’, ‘하다’ 대신 ‘하시다’를 쓰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면서도 “높임말은 마음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한국어만의 특별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학습자들의 이러한 반응은 K컬처 시대에 한국어 규범과 교육을 어떻게 더 쉽고 현실에 맞게 다듬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최용기 국어학자는 “한글은 쉽지만 한글 맞춤법은 소리와 어법, 문법 규칙이 얽혀 있어 외국인에게 까다로운 체계”라며 “한국어가 세계로 퍼지는 상황에서 현실과 맞지 않는 맞춤법 체계와 외래어 표기법, 표준어 규정, 표준 발음법은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맞춤법은 국민이 함께 쓰는 약속인 만큼 급격한 변화는 어렵지만, 언어는 생명체와 같아 시대 변화에 맞춰 규범도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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