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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물 대신 ‘지능’을 찍어낸다… 왜 지금 ‘AI 팩토리’인가 [김현아의 IT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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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기자I 2026.07.05 15:03:48

자동차·반도체 넘어 지능 수출국으로
AI 인프라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이
50년 미래 결정한다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1970년대 대한민국 경제를 움직인 엔진은 중화학공업이었다. 철강을 만들고, 선박을 건조하고, 자동차를 생산하는 거대한 공장이 국가 성장을 이끌었다. 당시 국가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공장을 짓고, 얼마나 많은 제품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 수출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50여 년이 흐른 지금, 세계는 또 한 번 거대한 산업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번에는 철강도, 자동차도 아니다. ‘AI 팩토리(AI Factory)’, 지능을 생산하는 공장이 새로운 국가 경쟁력의 원천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정부의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와 관련해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과 하정우 전 AI미래기획수석이 공통적으로 던진 메시지도 여기에 있다. AI 데이터센터(AIDC)는 더 이상 데이터를 저장하는 서버실이 아니라 지능을 생산하는 공장이라는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투자계획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투자계획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물건을 만들던 시대에서 지능 서비스를 만드는 시대로

중화학공업 시대 공장의 구조는 단순했다. 철광석과 석유라는 원료를 투입하면 용광로와 생산설비를 거쳐 자동차와 선박 같은 제품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제품을 해외에 수출해 경제를 성장시켰다.

AI 팩토리 역시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원료는 데이터이고, 에너지는 전력이다. 이를 가공하는 핵심 생산설비가 GPU와 HBM 같은 AI 반도체다. AI 모델은 이 설비 위에서 학습과 추론을 수행하며 번역·설계·코딩·신약 후보물질 탐색·로봇 제어 같은 AI 서비스를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은 토큰(Token)단위로 처리되고, 사용량에 따라 거래되고 과금된다. 오늘날 글로벌 AI 기업들이 토큰 사용량을 기준으로 AI 서비스를 판매하는 이유다. 과거 공장이 자동차를 생산했다면, AI 팩토리는 토큰 단위로 지능 서비스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공장인 셈이다.

AI 팩토리는 세상 모든 공장의 ‘공장’이다

중화학공업이 철강과 조선, 자동차라는 특정 산업을 성장시켰다면 AI 팩토리의 영향력은 훨씬 넓다. AI는 제조업과 금융, 바이오, 국방, 의료, 콘텐츠 등 모든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범용 인프라다. 이를 두고 이광형 전 KAIST 총장은 AI를 “불의 발견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조선소에서는 용접 로봇을 제어하고, 반도체 공장에서는 설계를 최적화하며, 제약회사에서는 신약 후보물질 탐색 속도를 높인다. 금융에서는 리스크 분석을 수행하고, 병원에서는 의료진의 진단을 지원한다. 과거 공장이 물건을 만들었다면, AI 팩토리는 세상 모든 공장의 생산성을 높이는 ‘공장의 공장’이라고 할 수 있다.

GPU만 많다고 AI 강국은 아니다

그렇다면 GPU만 많이 확보하면 AI 강국이 될 수 있을까. 물론 정부가 2030년까지 GPU 26만장을 확보하기로 한 것은 생산설비 확보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하 전 수석은 “GPU만 가득한 데이터센터는 해외 빅테크의 연산을 대신 수행하는 AI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기와 부지만 제공하고 정작 부가가치는 해외 기업이 가져가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어떤 AI 서비스를 생산하느냐다. 일상적인 챗봇과 조선소 용접 로봇을 제어하거나 반도체를 설계하는 AI는 같은 GPU를 사용하더라도 창출하는 가치가 전혀 다르다. 어떤 산업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어떤 모델을 운영하느냐에 따라 경제적 가치는 수십 배, 수백 배까지 벌어진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AI 수율이다. 같은 전력과 같은 GPU를 사용하면서도 더 적은 비용으로 더 정확하고 가치 있는 AI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AI 경쟁력을 결정한다.

하정우 전 AI미래기획수석. 사진=뉴스1
하정우 전 AI미래기획수석. 사진=뉴스1
인프라와 소프트웨어가 함께 돌아갈 때 경쟁력이 생긴다

이 지점에서 최태원 회장과 하 전 수석의 메시지는 하나로 연결된다.

최 회장은 AI 팩토리를 위한 산업 인프라를 강조한다. 대규모 전력망을 구축하고 AI 데이터센터를 세우며, HBM을 비롯한 AI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하 전 수석은 그 공장 안에서 돌아갈 생산 공정을 강조한다. 한국 제조업이 축적한 산업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키고, 독자적인 AI 모델과 AI 운영기술(AI Ops)을 결합해 같은 비용으로 더 높은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전략이다.

AI 경쟁력은 공장의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인프라라는 하드웨어와 AI 모델, 산업 데이터, AI Ops라는 소프트웨어가 결합할 때 비로소 AI 팩토리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다.

출처=하정우 전 AI미래기획수석
출처=하정우 전 AI미래기획수석
철강 생산량 대신 ‘지능 생산력’을 경쟁하는 시대

1970년대 국가들은 철강 생산량과 자동차 수출량을 경쟁했다. 그것이 국력이었다.

앞으로 국가 경쟁력은 무엇이 결정할까. 얼마나 많은 GPU를 보유했는지가 아니라, 그 GPU로 얼마나 높은 부가가치의 AI 서비스를 만들고 이를 세계 시장에 얼마나 많이 판매할 수 있는지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이것이 최태원 회장이 AI 데이터센터를 ‘AI 팩토리’, ‘토큰 팩토리’라고 부르는 이유이며, 하 전 수석이 GPU 숫자보다 AI 수율과 독자 모델을 강조하는 이유다.

50년 전 대한민국을 산업국가로 만든 것이 중화학공업이었다면, 앞으로 50년 대한민국을 지능 수출국으로 이끌 엔진은 AI 팩토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세계 시장에 수출해야 할 최고의 상품은 자동차와 반도체를 넘어, 산업과 산업을 움직이는 ‘지능’ 그 자체다. 그것이 AI 시대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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