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수 환경칼럼니스트]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강원도 홍천에 건설 중인 양수발전소 공사를 한 달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주민과 시민단체가 제기한 절차상 위법 여부와 환경 훼손 문제를 다시 살피기 위해서다.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는 주민, 공사 지연에 따른 타격을 우려하는 홍천군과 건설업계, 전력수급 계획의 차질을 걱정하는 에너지 전문가까지 한 달의 멈춤을 두고 서로 다른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양수발전은 흔히 ‘물로 만든 배터리’에 비유된다. 전력이 남을 때 하부 저수지의 물을 상부로 끌어올려 에너지를 저장하고 전력이 부족할 때 물을 떨어뜨려 터빈을 돌린다. 전기를 물의 위치에너지로 바꾸어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인 셈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지만 양수발전은 전력이 남을 때 저장하고 부족할 때 공급하는 방식으로 출력 변동을 보완한다. 발전소 고장이나 전력계통 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전력 기반시설이다.
그렇다고 양수발전의 필요성만을 앞세워 주민의 희생을 당연시해서는 곤란하다. 국가에는 필요한 시설이라도 주민에게는 평생 살아온 삶의 터전이 사라지는 문제다. 소통 부족이나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지적하는 주민 반발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다만 이미 절차에 따라 진행된 환경영향평가를 무시하고 사업을 원점으로 돌리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과거 KTX 천성산 터널이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 터널 공사가 환경 논란으로 장기간 중단됐다가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만 치른 채 다시 재개됐던 뼈아픈 경험을 기억한다. 홍천 양수발전이 이와 같은 소모적인 전철을 밟게 해서는 안 된다.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양수발전소의 또 다른 쓰임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바로 산불 진화용 취수원이다. 기후변화로 산불은 점점 대형화되고 있다. 산불 진화에서는 투입 헬기의 규모뿐 아니라 화재 현장과 취수원 사이의 거리도 중요하다. 취수원이 멀면 헬기 이동 시간이 길어져 진화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2025년 경북·경남 대형산불 당시 인근 농업용 저수지는 화마의 확산을 막고 피해를 줄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산악지역에 위치한 양수발전 저수지를 산불 진화용 취수원으로 활용한다면 전력 저장시설이 산림을 지키는 방재시설로 거듭날 수 있다.
|
흥미로운 점은 양수발전이 수차로 전기를 생산하지만 법적으로는 수력발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법제처는 2025년 4월 외부 전력으로 끌어올린 물은 자연 상태의 에너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양수발전을 수력발전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이로 인해 수력발전에 적용되는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기존 해석을 억지로 뒤집기보다 양수발전을 대규모 장주기 에너지저장시설로 별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대안이다. 접근시설을 산림재난 대응사업과 연계한다면 예산 확보의 근거를 넓히는 동시에 양수발전의 공익적 기능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양수발전이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을 보완하고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높이는 기능은 분명하다. 한편 산림을 훼손하고 주민의 생활터전을 잃게 하는 것도 가벼이 볼 수 없다. 따라서 환경영향평가 저감방안을 다시 검토하는 것 못지않게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방안도 시급하다. 법에 정해진 일회성 보상에 그치지 않고 주민이 지속적으로 편익을 공유할 수 있는 참여형 수익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발전시설이 집중된 지역에 낮은 요금을 적용하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역이 전력 기반시설의 부담을 지고 있다면 그 편익도 지역에 돌아가야 한다.
양수발전소는 숲을 없애는 댐이 될 수도 있고 전력 공급을 안정시키면서 산불로부터 숲을 지키는 ‘물 배터리’가 될 수도 있다. 그 차이는 시설 자체보다 이를 결정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이번 한 달의 공사 중단이 찬반 목소리만 확인하는 소모적인 시간에 그쳐서는 안 된다. 주민 수용성을 높이고 전력 공급의 안정성과 산림의 안전을 함께 확보할 해법을 찾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포상금 무제한'…탈세 3천만원 신고하면 900만원[세금GO]](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8/PS26080900050t.jpg)
![시장 잡겠다는 착각…부메랑 된 '토허제'[손바닥 부동산]](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8/PS26080900065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