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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당일 오후 2시께 맨해튼 미드타운의 공립도서관과 바로 뒤 브라이언트파크를 찾았다. 브라이언트파크의 아이스링크는 겨울 맨해튼의 상징이다. 어른과 아이가 뒤섞여 아이스링크의 3분의1 정도을 메웠고, 홀리데이마켓 인근 테이블 역시 3분의2는 손님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예년과 비교는 어렵지만 당초 예상보다는 방문객들이 적지 않았다.
8살 아들과 아이스링크를 찾은 헬렌씨는 “오랜만에 브라이언트파크에 나왔다”며 “위험하게 느껴지지만 긴 연휴의 시작이니 나들이를 겸해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시는 12월 말임에도 섭씨 10도를 넘을 만큼 따뜻했다. 또 늦은 오후에는 비 예보까지 있었다. 헬렌씨는 “점심 즈음 그나마 날씨가 괜찮을 때 잠깐 있다가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예년 같으면 도로가 꽉 찼을텐데…”
이어 방문한 록펠러센터는 한산했다. 맨해튼 웨스트 50번가에 위치한 이 곳은 각종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 알려진 미국의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대형 트리로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연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현장을 관리하던 한 직원은 “예년 같았으면 도로가 인파로 가득 찼을 것”이라며 “이런 크리스마스는 처음 본다”고 했다.
인근의 타임스 스퀘어는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웠다. 웨스트 46번가 앞 더피광장. 이곳은 크리스마스 주간이 되면 밤새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뒤섞여 축제를 즐기는 곳이다. 기업들의 옥외 광고판은 여전히 요란했지만 거리에는 사람들의 모습이 드물었다.
바로 옆 브로드웨이 극장가는 아예 인적조차 없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팬데믹 직전인 3월 첫째주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관람한 이는 25만3000명에 달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극장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미국 내 코로나19 진앙지로 막대한 피해를입은 뉴욕시는 최근 영국발(發) 변종 바이러스 확산에 대비해 모든 국제 방문객에 자가격리를 의무화했다.
격리 명령 위반 적발시 하루 1000달러(약 11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뉴욕으로 오지 말라는 뜻이다. 빌 드블라지오 시장은 “격리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면 이 도시의 모든 이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연휴 시즌의 시작과 함께 “새해맞이 행사를 집에서 해달라”는 호소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런 탓인지 지난해만 해도 쇼핑객들로 북적였던 웨스트 34번가 메이시스 백화점도 비슷한 처지였다. 그나마 1층 매장은 사람들이 꽤 있었으나, 위로 올라갈수록 매장 직원들이 더 많아 보였다. 인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크리스마스 이브 늦은 오후부터 맨해튼에 비가 내리자 시민들의 발길은 더 줄었다. 현재 뉴욕시는 식당 실내 영업이 금지돼 있다. 야외 테이블에서는 식사할 수 있지만 그마저 찾기 어려웠다. 아예 문을 걸어잠근 식당들도 적지 않았다.
뉴욕시 전면 셧다운도 검토
뉴욕의 주요 크리스마스 전통인 세인트패트릭 성당의 미사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한 채 이뤄졌다. 실내 모임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으로 정원의 25%만 예배당 입장을 허용했다. 선착순으로 운 좋게 입장한 신도들은 마스크를 쓰고 미사를 지냈다. 수천명의 신도들이 맨해튼 중심부 성당을 찾아 미사를 지내는 크리스마스 풍경은 올해는 없었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뉴욕시는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면 필수 업소를 제외한 모든 업소의 영업을 금지하는 전면 셧다운을 검토 중이다. 미드타운 인근 한 피자 전문점의 직원은 “그나마 들어오는 배달 주문마저 끊길까 걱정”이라고 했다. 뉴욕시는 지난 3월 팬데믹이 본격화한 이후 6월 초까지 봉쇄령을 내렸던 적이 있다.
특히 뉴욕에서는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커지는 분위기다. 록펠러센터 근처에서 만난 제이슨씨는 “지금 나오는 백신이 변종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연휴 이후 외출은 자제할 것”이라고 했다.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변종은 유럽을 휩쓴 후 중동, 아시아, 호주, 북미로 번져가고 있다. 다만 아직 미국에서 발견됐다는 공식 발표는 없다.
미국인들은 지갑을 닫은 지 오래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소비지출(PCE)은 전월 대비 0.4% 줄었다. 지난 4월(-13.6%) 이후 7개월 만의 감소다. 소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약 70%를 차지하는 버팀목이다.
마이클 피어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부양책을 통해 돈을 준다고 해도 봉쇄령 탓에 소비자들은 돈을 쓰기 어렵다”며 “코로나19 재확산이 경제 회복을 늦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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