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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도약기금은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개인 무담보채권을 매입해 소각한다. 올해 초 기준 대부업권이 보유한 대상 채권은 약 4조 9000억원으로 전체의 30%에 이른다. 이미 15~16% 수준의 유상으로 매입한 채권을 5% 가격에 넘겨야 하는 업체들은 손실 부담이 크다. 대형 매입채권추심업체들의 기금 참여가 저조한 이유다.
해법은 단순히 매입 가격을 올려주는 데 있지 않다. 핵심은 상환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업체들은 채권 매입 자금을 조달할 때 해당 채권을 담보로 제공한다. 채권을 기금에 매각하면 담보가 사라지고 돈을 빌려줬던 대주 금융회사들은 차입금의 즉시 상환을 요구한다. 5%의 매각 대금만으로는 이 같은 자금 압박을 막아내기 어렵다. 손실의 크기보다 충격이 한꺼번에 몰려온다는 점이 참여를 가로막는 실질적인 장애물이다. 정부가 유인책으로 제시한 은행 차입 허용과 서민금융 우수대부업자 지정 요건은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우수대부업자 지정 요건은 저신용자 대출 잔액과 비중이다. 채권 매입과 추심을 전문으로 하는 매입채권추심업자는 대출 잔액이 없어 애초에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 빌린 돈은 일정 비율의 저신용자 대출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차입금을 갚는 데 쓸 수도 없다. 유인 크기 문제가 아니라 방향이 맞지 않은 셈이다.
매입가 전액 보상으로 소각을 유도하기도 어렵다. 8000억원 수준의 필요 자금을 기금이 감당할 수 없다. 재원이 있고 공적 자금이 투입된 다른 업권과 차별을 인정하더라도 세금으로 민간업체의 기대이익까지 보전하느냐는 비판을 넘기 쉽지 않다. 손실 보전에 대한 고려 없이 페널티만으로 매각을 유도하면 합법적으로 취득한 채권을 시가보다 크게 낮은 가격에 강제 처분시키는 꼴이 된다.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수단의 비례성과 보상의 적정성이 갖춰지지 않으면 법적 다툼이 일어난다. 영국 DRO처럼 채권 가치가 처음부터 사실상 소멸한 경우와는 전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간극을 메울 실마리는 부담의 성격에 있다. 5%가 보상하지 못하는 부분에는 시장위험과 정책이 만든 충격이 섞여 있다. 정책 발표 직전의 거래가격과 그 이후 형성된 가격의 차이가 정부의 소각 결정으로 발생한 부분이고 나머지는 업계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기준이 서면 협상의 폭도 좁아진다. 정책이 유발한 비용을 반드시 현금으로 보전할 필요는 없다.
정부가 내줄 수 있는 지원은 돈이 아니라 시간이다. 기금에 채권을 매각하더라도 대주 금융회사의 건전성 분류와 충당금 적립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협약을 통해 차입금을 장기 분할상환으로 전환하면 된다. 매각도 여러 차례에 나눠 진행하면 담보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코로나19 당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했던 경험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대안이다. 참여하지 않는 업체에 불이익을 줄 필요도 없다. 유인이 갖춰지면 강제할 이유도 줄어든다. 추가적인 재정 투입 없이도 시장이 정책에 적응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다만 시간은 주더라도 원칙은 철저히 지켜야 한다. 재기 지원이라는 정책 충격을 완화하는 한시적이고 예외적인 조치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기금 참여와 연계하고 소각이 늦어지지 않도록 매각 종료 시한을 정해야 한다.
목표는 채권을 싸게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장기연체자를 경제활동으로 복귀시키는 데 있다. 누가 얼마를 손해 보느냐를 넘어 어떻게 부담을 나눌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돈을 더 쓰지 않고도 때로는 시장이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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