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조선과 방산 등 일부 업종의 호황에서 상향 사례가 두드러진 착시현상인 만큼 수치 개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방산 업종의 호황이 전체 지표를 끌어올린 반사효과일 뿐, 석유화학·건설·제2금융권은 여전히 거센 하방 압력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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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1배 뚫은 상하향 배율…지표는 '우상향'
9일 이데일리가 한국기업평가(한기평)·한국신용평가(한신평)·NICE신용평가(NICE신평) 등 국내 신용평가 3사의 올해 상반기 신용등급 변동 현황을 취합해 분석한 결과 전체 신용등급 상하향 배율은 1.16배로 집계됐다.
총 상향 건수(59건)가 하향 건수(51건)를 추월하며 1배를 넘어섰다. 3사의 상하향 배율을 단순 평균으로 계산하더라도 1.2배를 기록해 상향 우위로 나타났다. 상하향 배율은 상향 조정 건수를 하향 조정 건수로 나눈 값으로, 1배를 넘었다는 것은 신용등급이 내려간 회사보다 올라간 회사가 더 많았다는 뜻이다.
신용평가사들의 상하향 배율이 1배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22년(1.34배) 이후 4년 만의 일이다. 최근 3년간 크레딧 시장을 짓누르던 신용등급 하락 추세가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뚜렷한 반전 곡선을 그린 셈이다.
신용평가 3사의 합산 상하향 배율 추이를 보면 2023년 0.75배, 2024년 0.63배로 1배를 크게 밑돌았고, 2025년 연간 기준으로도 0.99배(상향 68건·하향 69건)에 머물며 하락 우위 기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한신평 1.46배(상향 19건·하향 13건) △한기평 1.21배(상향 17건·하향 14건) △NICE신평 0.96배(상향 23건·하향 24건) 순으로 집계됐다. 한신평과 한기평이 뚜렷한 상향 우위를 기록하며 전체적인 반등을 이끈 반면, 나신평은 여전히 하향 비중이 근소하게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신평 관계자는 “고금리.고물가 영항이 누적되면서 소비 위축과 자금조달 여건 악화가 신용도 낮은 기업을 중심으로 부담을 키웠다”며 “일부 업황 개선 업종의 등급 상승과 주식 시장 호황 등 긍정적 요인도 있었으나 저신용 기업에 미친 효과는 제한적이었고, 이에 따라 하향 조정 우위가 지속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조선·방산 호황의 착시…아랫단은 '하락 뇌관' 대기
시장에서는 신용등급 상하향 배율이 1배를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거시 경제가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경기 개선보다는 업종별, 그룹별로 실적이 극단적으로 차별화되는 ‘K자형 양극화’ 현상이 심화한 결과라는 평가다.
실제 HD현대, LS, 한진, 다우키움 등 우호적 사업 여건을 맞은 그룹사들은 실적 호조에 힘입어 신용등급 상향을 주도했다. HD현대중공업, 현대로템, 풍산 등 조선·방산·전력기기 업종에서는 수익성 개선이 두드러지며 등급 상향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K자 그래프의 하단을 차지하는 업종에서는 하향 우위 기조가 짙게 깔려 있다. 롯데케미칼, LG화학, 여천NCC 등 석유화학 업종과 건설, 이차전지 업종은 비우호적인 업황 탓에 등급 하방 압력을 고스란히 받았다.
여기에 부동산 리스크가 겹친 저축은행과 부동산신탁 등 제2금융권의 건전성 저하도 신용도를 갉아먹는 주된 요인이 됐다. 중앙그룹의 경우 계열사 JTBC의 채무불이행으로 신용위험 전이가 촉발되며 중앙일보, 콘텐트리중앙 등 핵심 계열사가 무더기로 부도(D) 처리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했다.
이러한 명암은 각 기업의 신용등급 전망(Outlook)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달 말 기준 신평사들로부터 향후 등급 상향 가능성을 뜻하는 '긍정적' 전망을 받은 기업은 60곳에 그친 반면, 하향을 예고하는 '부정적' 전망은 78곳에 달했다. 전년 말과 비교하면 긍정적 전망 부여 기업이 23% 가까이 증발해 시장 전반에 하방 압력이 짙게 깔렸음을 시사한다.
김상만 하나증권 상무는 “긴 횡보 기간을 거친 조선과 방산, 전력기기 업종이 미국 관련 특수 등을 누리며 등급 상향을 주도했다”며 “이들 업종은 상승 사이클이 긴 편이라 신용등급 양극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도 “일부 전력기기 등 소수 업종이 예상치 못한 호조를 보이며 상향 우위라는 착시 현상을 불렀을 뿐 전반적인 경제 회복으로 보긴 어렵다”며 “아랫단 업체들로 온기가 퍼지지 않고 있어 현재의 긍정적 흐름이 계속 유효할지 장담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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