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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은 29일 성명을 내고 “전 세계에서 강제실종으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와 연대의 뜻을 전한다”며 정부와 국회에 강제실종방지협약의 실질적인 국내 이행을 위한 제도 마련을 요구했다.
올해는 유엔 총회가 2006년 ‘강제실종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강제실종방지협약)을 채택한 지 20년이 되는 해다. 유엔은 올해 슬로건을 ‘피해자를 최우선으로, 지금 행동해야’로 정하고 피해자의 진실을 알 권리와 사법정의, 배상받을 권리를 각국 대응의 중심에 둘 것을 촉구하고 있다.
강제실종은 국가기관이나 관련 행위자가 사람을 체포·구금·납치한 뒤 이를 인정하지 않거나 생사·소재를 은폐해 법의 보호 밖에 놓이게 하는 중대한 인권침해를 뜻한다.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생사를 알지 못한 채 오랜 기간 고통받는 가족들까지 피해가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국제사회는 이 같은 강제실종을 독립된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광범위하거나 체계적으로 이뤄질 경우 반인도범죄에 해당한다. 유엔 강제실종위원회(CED)와 강제적·비자발적실종실무그룹(WGEID)은 2024년 강제실종 금지가 어떠한 경우에도 예외를 허용할 수 없는 국제법상 강행규범의 지위에 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는 2022년 강제실종방지협약을 비준했으며 협약은 2023년 2월 국내에서 발효됐다. 이에 따라 국가는 강제실종을 예방·처벌하는 것은 물론 피해자의 진실을 알 권리와 사법정의, 배상·회복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22대 국회에는 협약의 국내 이행을 위한 관련 법률안 2건이 발의돼 있지만 아직 입법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인권위는 지난해 7월에도 국회의장에게 관련 법률안의 조속한 의결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당시 △강제실종 행위자 범위 명확화 △비국가행위자에 의한 강제실종 규율 △강제송환 금지 △사회적 약자와 피해 아동 보호 △피해자 범위 확대와 배·보상 및 구제 등을 법률에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권위는 올해가 협약의 국내 이행을 한 단계 진전시켜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유엔 강제실종방지위원회는 지난 3월 19일 한국 정부가 제출한 최초 국가보고서에 대한 쟁점목록을 채택했다. 정부는 2027년 3월 1일까지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인권위도 별도의 서면 의견서를 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인권위는 국내에서 해결해야 할 강제실종 문제도 짚었다. 6·25전쟁 전시·전후 납북자와 미송환 국군포로, 북한 억류자 등의 생사와 소재를 확인해 가족의 진실을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 국가폭력 과정에서 발생한 강제실종에 대해서도 충분한 진상규명과 피해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류 조작이나 은폐 등을 통해 아동을 원가족과 불법적으로 분리한 국제입양 사례 등 협약 적용 가능성이 제기되는 사안에 대해서도 진실 규명과 피해회복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 위원장은 “정부와 국회가 협약의 완전하고 실효적인 국내 이행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협약 이행에 필요한 법률을 조속히 마련하고 피해자가 진상규명과 피해회복의 전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어떠한 사람도 강제실종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예방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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