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9월23일 08시0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구글 딥마인드에서 분사한 아이소모픽랩스가 인공지능(AI)으로 설계한 항암 신약의 첫 인체 임상시험 진입이 임박한 것으로 파악된다. 성사되면 빅테크 기업이 자체 설계 신약으로 직접 임상시험 스폰서 자리에 서는 첫 사례가 된다.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는 제약사에 컴퓨팅 인프라나 AI 모델을 제공하는 조력자 역할에 머물렀다. 하지만 구글 직접 임상시험에 들어가면 AI 신약개발 무게중심이 '기술 시연'에서 '임상 검증'으로 한단계 도약하게 된다는 게 업계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내 AI신약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실질적인 인간 임상 데이터 싸움이 될 것"이라며 "AI 신약개발이 '누가 더 똑똑한 모델을 만드느냐'의 경쟁에서 '누가 실제 임상 성과를 먼저 증명하느냐'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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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폴드 다음은 '임상'…아이소모픽, 발굴부터 개발까지 수직통합
아이소모픽랩스 출발점은 단백질 구조 예측 AI '알파폴드'다. 2020년 구글 딥마인드가 내놓은 알파폴드는 아미노산 서열만으로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해 구조생물학의 오랜 난제를 풀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 성과로 데미스 하사비스 아이소모픽랩스 창업자 겸 CEO는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아이소모픽랩스는 딥마인드에서 독립적인 조직으로 분사해 이 기술을 신약개발 전 과정으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아이소모픽랩스가 그리는 최종 그림은 명확하다. 전통적인 신약개발이 수십억 달러의 비용을 쏟고도 성공률 10%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소모픽이 노리는 것은 단순한 속도 개선이 아니라 성공확률 자체를 근본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기존 신약개발은 약물이 달라붙을 수 있는 결합 포켓이 이미 알려진 단백질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반면 IsoDDE는 리간드 정보 없이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만으로 결합 가능 포켓을 추론하는 방식을 내세운다.
회사 측은 단백질 분해 유도 치료제의 핵심 표적 중 하나인 세레블론(cereblon)에서 기존 탈리도마이드 결합 포켓과 함께, 리간드가 없을 때는 드러나지 않는 크립틱 포켓까지 예측했다고 설명했다.
후보물질 도출 방식도 다르다. 전통적 방식이 수십만~수백만개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대상으로 한 고속 스크리닝에서 유효물질을 찾는 과정이라면, AI 설계는 표적 구조와 예상 상호작용에 맞춰 화학구조를 새로 제안하고 우선순위를 매긴다. 아이소모픽랩스는 신규성이 높은 단백질-리간드 조합을 평가하는 ‘Runs N’ Poses’ 벤치마크에서 IsoDDE가 알파폴드3보다 높은 정확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콜린 머독 아이소모픽랩스 전 사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인체 임상시험을 위한 전담팀 구성에 착수했으며 곧 임상이 시작될 것"이라며 "런던 사무소에서 직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AI를 이용해 새로운 암 치료제를 설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술적 성과도 뒷받침되고 있다. 지난 2월 공개된 자체 신약설계엔진 'IsoDDE(Isomorphic Labs Drug Design Engine)' 기술보고서에 따르면, 훈련 데이터와 유사도가 낮은 신규 표적·리간드 조합에서 IsoDDE는 알파폴드3 대비 정확도를 2배 이상 끌어올렸다. 항체의 핵심 결합부위인 CDR-H3 루프 모델링에서도 달성률 70%를 기록해 알파폴드3(58%)를 넘어섰다. 결합친화도 예측에서는 업계 골드스탠더드인 물리기반 시뮬레이션(FEP+)보다 높은 정확도를 훨씬 짧은 시간에 구현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아이소모픽랩스는 지난 5월 21억달러(약 2조9000억원) 규모의 시리즈B를 유치했다. 스라이브캐피털이 주도하고 알파벳·GV 등 기존 투자자에 더해 MGX·테마섹·캐피털G 등이 신규 참여했다. 업계에서는 창업 5년 만에 노바티스·릴리·J&J라는 3대 글로벌 제약사와 손잡고, 조 단위 자본까지 확보한 아이소모픽랩스를 AI 신약개발 기업 중 실제 임상 단계에 가장 근접한 곳으로 평가하고 있다.
머독은 "언젠가는 질병이 확인되면 버튼 하나만 눌러서 그 질병을 표적으로 하는 약물을 설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이 모든 것이 AI 도구들로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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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구글·앤트로픽 3파전…AI 신약개발, 임상 속도 경쟁 임박
아이소모픽랩스의 움직임이 상징하는 것은 구글 한 곳의 도전이 아니다. 생성형 AI 시장을 이끄는 오픈AI·앤트로픽이 최근 나란히 생명과학·신약개발 경쟁에 본격 합류하면서, 업계에서는 "단순 연구 보조를 넘어 신약개발 전 과정을 혁신하는 플랫폼 경쟁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최근 이 대열에 합류한 곳은 앤트로픽이다. 회사는 과학 연구 전용 플랫폼 '클로드 사이언스'를 공개하면서, 동시에 시장성이 낮아 연구가 부족했던 소외질환을 대상으로 자체 신약개발 프로그램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클로드 사이언스는 연구자가 쓰는 데이터베이스와 코드 실행 환경, 분석 도구를 하나의 작업공간으로 통합해 유전체 분석부터 단백질 분석, 화합물 설계까지 지원하는 연구 플랫폼이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단백질 설계 성과다. 앤트로픽은 AI 모델 클로드가 여러 단백질 설계용 AI 도구를 상황에 맞게 골라 쓰며 특정 표적에 달라붙는 새로운 단백질을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실제 합성·분석이 가능한 단백질 후보 1320개 가운데 354개가 표적에 결합해 적중률 26.8%를 기록했다. 클로드가 각 실험에서 1순위로 추천한 후보만 놓고 보면 적중률은 49%까지 올라간다. 통상 기존 신약개발 방식의 적중률이 1%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격차다.
앤트로픽 관계자는 "AI가 신약개발에 필요한 전문성과 비용, 시간을 줄여 과학적 발견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자평했다.
오픈AI와 구글의 전략은 이와 결이 다르다. 오픈AI는 지난 4월 생명과학 특화 추론모델 'GPT-로절린드(GPT-Rosalind)'를 공개하고, 최근에는 AI의 생명과학 연구 성능을 검증하는 평가체계 '진벤치-프로(GeneBench-Pro)'까지 내놨다. 모델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연구 성능을 평가하는 표준 자체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암젠·모더나·서모피셔 등이 이미 GPT-로절린드를 연구 워크플로에 적용하고 있다.
반면 구글은 아이소모픽랩스를 통해 AI 플랫폼을 공급하는 대신 발굴부터 전임상·임상까지 하나의 조직에서 직접 수행하는 수직통합 구조를 택했다. 세 회사의 전략이 갈리면서 업계에서는 "오픈AI는 평가모델, 구글은 직접 개발, 앤트로픽은 플랫폼과 자체 파이프라인을 함께 쥐는 하이브리드형"이라는 구도로 정리하는 시각이 나온다.
국내 AI신약개발 플랫폼 기업 히츠 한 관계자는 "AI 경쟁은 이제 단순히 뛰어난 모델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 연구 데이터와 플랫폼, 규제 대응 역량을 모두 갖춘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결국 시장의 승자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실제 임상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입증하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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