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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뛰자 10년물 5%…증시 ‘발목에 모래주머니’
이날 시장을 관통한 흐름은 ‘유가 상승→인플레이션 우려→국채금리 상승→주식 밸류에이션 압박’이었다.
WTI는 전장보다 4.44달러(4.38%) 급등한 배럴당 105.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도 3.07달러(2.9%) 오른 108.75달러로 마감했다. 두 유종 모두 지난 5월19일 이후 최고치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동부 유전지대에서 홍해 연안 얀부까지 이어지는 동서 송유관을 대체 수송로로 이용해왔다. 하지만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이 송유관이 폐쇄된 데 이어 얀부 수출터미널의 원유 선적까지 중단됐다. 사우디는 일부 유럽 고객에게 9월 말 인도 예정이던 원유 공급을 취소했다. 송유관이 재가동되지 않으면 사우디의 수출 가능 원유가 수일 내 소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복구 예상 기간은 ‘매우 이른 시일’부터 최대 8주까지 엇갈리고 있다.
유가가 뛰자 국채금리가 다시 치솟았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5.041%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뒤 5.00% 부근에서 거래됐다. 장기물은 130억달러(약 17조7400억원) 규모의 20년물 국채 입찰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낙폭을 확대했다.
증시 입장에서 10년물 5%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바클레이스는 기업 실적이 지금까지 금리 상승 부담을 상쇄해왔지만 10년물 5%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변곡점이라며 이를 넘어설 경우 높은 금리가 주식에 보다 지속적인 역풍으로 작용해왔다고 분석했다.
대럴 크롱크 웰스파고투자연구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 상황을 “주식시장에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마라톤을 뛰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높은 금리는 미래 기업이익에 적용되는 할인율을 높이고, 에너지 비용 상승은 소비자의 구매력과 기업 마진을 동시에 깎아먹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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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유가 급등이 연준의 추가 긴축 필요성을 더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연준은 이날부터 이틀 일정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들어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반영된 16일 25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은 장 마감 무렵 약 95%다. 한 달 전 33.1%에서 급격히 높아졌다.
최근 예상보다 강한 고용지표와 8월 소비자물가 상승에 국제유가까지 급등하면서 시장은 3년여 만의 첫 금리 인상을 사실상 전제로 삼기 시작했다. 관심은 오히려 이번 인상이 일회성에 그칠지, 새로운 인상 사이클의 출발점이 될지로 옮겨가고 있다.
시마 샤 프린시펄자산운용 수석 글로벌전략가는 “논쟁은 이번 사이클에서 물가 안정을 되찾기 위해 ‘인상이 필요한가’에서 ‘얼마나 많은 긴축이 필요한가’로 이동했다”며 “한 번의 인상으로 끝나는 접근법은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폴 놀테 머피앤실베스트 선임 자산고문 역시 “이번에는 한 번으로 끝나기보다 일련의 금리 인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경로는 결국 유가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다른 분야의 물가로 번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로이터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내년 3월까지 최소 한 차례 추가 인상이 예상됐다.
다만 새로운 금리 인상 사이클이 곧바로 강세장의 종료를 의미한다는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크리스 세넥 울프리서치 수석 투자전략가는 연준이 예상대로 금리를 올릴 경우 단기적으로 주가에 하방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지만, 과거에는 첫 금리 인상 이후 6~12개월이 지나면 증시가 회복해 플러스 수익률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인공지능(AI)이라는 구조적 성장 동력과 견조한 기업 실적, 경제의 회복력도 기술주를 지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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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S&P500 구성 종목 가운데 약 350개가 하락할 정도로 약세가 광범위했다. 에너지주가 유가 상승의 수혜를 입은 반면 대부분 업종이 밀렸다.
그러나 전날 AI 안전성 우려와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움직임 등으로 급락했던 일부 AI·반도체주는 반등했다. 코히런트가 약 2% 올랐고 AMD도 2%대 상승했다. 퀄컴은 4% 넘게 뛰었다. AI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반면 가상자산은 위험회피 분위기에 정치권 악재까지 겹쳤다. 비트코인은 7만6000달러 안팎으로 떨어졌고 이더리움은 6% 넘게 급락했다. 미 상원에서 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코인베이스와 스트래티지 등 관련주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시장의 시선은 16일 오후 2시 발표되는 FOMC 결정과 이어지는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으로 향하고 있다. 25bp 인상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연준이 이번 조치를 ‘일회성 조정’으로 설명할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둘지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10년물까지 5%대에 올라선 상황에서 연준의 메시지에 따라 증시와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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