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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되는 ' AI·의료 융합 관광', 부처 간 칸막이 규제에 뒤쳐져[관광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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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록 기자I 2026.07.10 06:00:04

관광산업, 부처경계 넘었지만 정책조정 미흡
의료관광, 복지부 허가에도 법무부 '비자' 벽
AI관광비서, 문체, 국토부 걸쳐져 '연동' 진땀
일본, 총리가 사령탑 잡고 규제 일사천리 해결
"국가관광전략회의, 조정 기능으로 확대하고
방문객 숫자 벗어난 새 성과지표 만들어야"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몽골 울란바토르에 거주하는 체첵(42·가명) 씨는 척추 질환 치료를 위해 서울의 한 전문병원을 찾을 계획이었지만, 입국 단계에서 한국행이 불발됐다. 치료비, 체류비 등 증빙 서류를 빠짐없이 준비했지만 결국 법무부의 재정 심사 기준을 넘지 못하면서다. 병원 측은 통역부터 체류 일정까지 세밀한 치료 계획을 세웠지만 부처별로 제각각인 절차와 기준을 모두 맞추기엔 역부족이었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내놓은 지원 대책도 현장에선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정부 부처 간 칸막이 규제에 K관광의 성장판이 닫히고 있다. 늘어나는 방한 수요에도 얽히고 설킨 겹겹이 규제에 발목 잡혀 제대로 된 활성화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전과 달라진 시장 상황 등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한 채 관행에 갇힌 관광 행정이 산업 활성화는 고사하고 ‘반한’ 감정만 키우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글로벌 대세인 ‘고부가가치 체류형 관광’

최근 글로벌 관광 시장의 핵심 화두는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의료를 결합한 ‘고부가가치 체류형 관광’이다. 이에 정부도 수백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선 “부처 간 엇박자 때문에 사업을 시작조차 할 수 없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의료 관광’이다. 일률적인 규제 적용이 부가가치 관광객 유치까지 원천 차단해 관련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법무부 입장에도 명분은 있다. 의료 관광 비자(C-3-3 등)로 입국한 뒤 공장 등으로 무단 이탈하는 불법 체류자가 급증하면서 국경 관리와 치안 유지 차원에서 심사를 대폭 강화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현장에선 “불법 체류는 촘촘한 사후 관리 시스템으로 잡아내야지 국익에 직결되는 진짜 환자까지 일괄적으로 막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규제는 의료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관광지에 스마트 안내판 설치는 문체부 소관이지만, 정작 AI(인공지능) 비서가 외국인에게 맞춤형 일정을 짜주기 위해 필요한 지도, 교통 데이터는 관리 주체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로 달라 데이터 연동에 애를 먹고 있다. 섬 하나를 개발하려 해도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 관계 부처 간 협의에 수년씩 사업이 지체되면서 표류하기 일쑤다. 국토부의 철도망 구축, 행안부의 지방소멸대응기금,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 관광이 제각각 따로 놀다 보니 시너지 효과는커녕 예산 중복 낭비만 발생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최근 열린 ‘서울국제관광포럼’에서 학계와 업계는 “더이상 개별 부처의 정책과 사업만으로 관광 산업 전체를 견인할 수 없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AI와 데이터 표준화, 야간경제 활성화 등 바뀐 시장과 산업 환경에 맞춰 관광 행정의 틀과 범위가 개선보다 한 단계 높은 개혁 수준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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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한두번 모이는 ‘국가관광전략회의’ 한계

관광 분야 칸막이 행정과 규제 해소를 위해 먼저 컨트롤 타워부터 갖춰야 한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관광은 더 이상 문체부 혼자 힘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러기 위해선 대통령 주재로 바뀐 ‘국가관광정략회의’ 회의를 부처별 보고 형태의 방식에서 벗어나 조정 기능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관광산업포럼 공동대표인 김석기 의원은 “국가관광전략회의가 단순히 보고를 받는 자리가 아니라 범부처 관광 정책의 실질적인 사령탑 역할을 하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처 간 갈등을 조율할 ‘상설 기구’(가칭 관광위원회)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훈 국회 관광산업포럼 대표(한양대 사회과학대학장)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관광전략회의가 공염불에 그치지 않으려면 회의 전후로 각 부처의 이견을 실무적으로 강제 조정할 수 있는 강력한 상설 기구가 뼈대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비자, 교통, 의료 등 흩어진 구슬 하나로 꿰어야

관광 정책의 성과를 외래 관광객 ‘숫자’로만 보는 기준과 방식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버스를 대절해 면세점만 돌다 가는 저가 단체 관광객이 아무리 늘어난들, 지역 경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환경 파괴와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으로 주민 삶만 피폐해지기 때문이다.

이훈 교수는 “비자, 교통, 의료, 데이터라는 흩어진 구슬을 하나의 실로 꿰어낼 수 있는 방안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K관광의 골든타임은 부처 이기주의라는 보이지 않는 칸막이 뒤에서 소리 없이 끝나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관광 정책의 성적표(KPI·핵심성과지표)를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순히 관광객의 머릿수를 세는 양적 팽창에서 벗어나 외국인이 한국에 머무는 ‘체류 일수’, ‘지역 소비 분산 효과’, ‘관광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으로 평가지표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웃 나라인 일본도 관광 정책의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을 ‘관광객 수’에서 ‘국민 삶의 질’과 ‘지역 경제 활성화’ 등 질적 가치로 전환한 지 오래다. 박종달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상근부회장은 “관광 행정의 방식과 틀을 바꾸려면 정책 성과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에 지역 주민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삶의 질과 관광 수익이 지역에 얼마나 환원되는가를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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