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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아반떼 가솔린 모델의 시작 가격은 2398만원이다. 구형보다 364만원이나 올랐다. 사회초년생의 ‘인생 첫차’이자 저렴하고 무난한 ‘국민차’의 몸값이 한 번에 수백만원 뛰었으니 원성이 쏟아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현대자동차가 끝없는 탐욕의 늪에 발을 담그기라도 한 걸까? 물론 현대차에도 나름의 항변은 있다. 우선 신형 아반떼는 구형과 이름만 같을 뿐 내용물은 크게 달라졌다. 가솔린 엔진 배기량은 1.6ℓ에서 2.0ℓ로 커졌고 차체와 실내 공간도 확대됐다.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적용됐고, 고속도로 주행보조 등 6년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첨단 편의사양과 주행 기술이 대거 탑재됐다.
시작 가격만 단순 비교하는 것은 현대차 입장에서 조금 억울할 수도 있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구형 아반떼 구매자 가운데 최하 트림에 안전·편의사양을 추가하지 않고 속칭 ‘깡통’ 그대로 출고한 비중은 10% 미만에 그쳤다. 10명 중 9명 이상은 중간 트림 이상을 선택하거나 필요한 옵션을 추가했다는 의미다.
이에 발맞춰 신형 아반떼는 최하 트림에도 차로유지보조2 등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사양을 대거 기본화했다. 구형과 신형모델의 옵션을 동일하게 맞춰 비교하면 실질적인 가격 차이는 약 102만원에 그친다는 게 현대차 내부의 계산이다.
듣고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6년간의 물가 상승과 강화된 상품성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102만원 오른 것을 터무니없다고 몰아붙이기는 어렵다. 아반떼의 주요 고객층에는 초보 운전자가 많은 만큼 안전사양을 기본화했다는 취지도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소비자들도 할 말은 있다. 어쨌든 차를 가장 저렴하게 구매할 선택지가 사라진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깡통’ 트림을 고르는 사람이 10% 미만이라고 해도 그들에게는 중요한 선택지다. 친절한 차선 보조? 인공지능과의 살가운 대화? 그런 것 필요 없으니 300만원 더 저렴한 차를 달라는 소비자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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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사양을 뺀 차량도 공장에서는 별개의 제품으로 취급해야하고 그만큼 생산·관리에 적잖은 비용이 든다. 판매 비중이 10%에도 못 미치는 트림을 위해 별도의 생산 체계를 유지하는 것보다 차량에 기능을 일괄 적용해 라인을 단순화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안전사양이 빠진 차량에서 사고가 잇따르면 브랜드 이미지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브랜드의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현대차는 무작정 저가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조금 비싸도 안전하고 잘 만든 차’로 차별화하는 편이 낫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을지도 모른다.
자동차가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하는 흐름도 거스를 수 없다. 안전·환경 규제는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인포테인먼트와 보조 기능에 대한 소비자의 눈높이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SDV 전환 역시 엔트리 모델이라고 마냥 모른척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편 들끓는 여론과 달리 신형 아반떼는 계약 개시 첫날에만 1만 1094대의 주문을 끌어오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현대차는 이달 사전계약 대수가 총 1만 600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왼손이 가격표를 향해 성난 삿대질을 하는 와중에도 오른손은 슬그머니 뒷주머니의 지갑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를 예전처럼 만들기만 할 수는 없다”는 업계의 상향 평준화 논리와 “엔트리 모델 가격은 선을 지켜야 한다”는 소비자 요구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지, 자동차 업계는 앞으로 꽤나 골머리를 썩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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