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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강제매각 우려에 보완책…'처분 유예' 특별조치법 연내 제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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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엽 기자I 2026.09.21 08: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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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조사 뒤 고령농·상속농지 강제매각 우려
투기 농지는 처분…관행적 임대·휴경 정상화
농지은행 위탁해 기존 임대차 유지·처분 유예
연내 특별법 추진…내년 농지법 개정안 발의

[세종=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싸고 ‘직접 농사를 짓지 못하면 땅을 강제로 팔아야 한다’는 불안이 확산하자 정부가 관행적 임대차와 휴경 농지에 퇴로를 열기로 했다. 명백한 투기는 처분하되 상속·고령농 소유 농지는 농지은행 위탁으로 정상화하고, 중대한 위반이 아닌 불법 전용 시설은 부담금을 낸 뒤 합법화할 수 있도록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1일 오전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농지 전수조사 추진 상황 및 향후 조치계획’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당정은 현재 진행 중인 심층조사를 계획대로 이어가면서 임차인 퇴거 등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연내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위반 유형별 처분 유예와 불법 전용의 사후 승인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 네 번째)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 네 번째)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84만필지 ‘위반 의심’…고령·상속농 불안 확산

이번 대책은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 이후 농촌 현장의 불안이 커진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정부는 지난 5월 18일부터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를 대상으로 기본조사를 벌여 기본조사 대상의 27%인 284만필지를 불법 임대차·무단 휴경·불법 전용 등 농지법 위반 의심 농지로 분류했다. 지난 8월부터는 현장 확인 중심의 심층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농지법이 기존 지방자치단체 재량이던 처분명령을 의무화하면서 강제매각 우려가 확산했다. 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농지 가액의 25%를 매년 부과하는 기존 이행강제금 제도와 맞물리면서 고령농과 상속농지 소유자를 중심으로 불안이 커졌다.

농식품부는 조사 취지에 대한 설명과 홍보가 충분하지 않아 현장에서 불안과 우려가 제기됐다고 인정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8일 전수조사가 고령농의 땅을 강제로 처분하려는 조치가 아니라 투기성 농지를 가려내기 위한 조사라고 설명했다. 당정은 조사는 계속하되 투기와 관행적·경미한 위반을 구분하는 세부 기준과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관행적 임대·휴경은 정상화…투기 농지는 처분

우선 상속농지와 고령농 소유 농지에서 확인된 비투기성 위반엔 스스로 경작하거나 농지법상 허용되는 방식으로 임대해 위반을 해소할 자진 정비 기회를 먼저 주기로 했다. 기간 내 위반사항을 자진 해소하기 어렵다면 농지은행에 임대 또는 관리권을 맡겨 처분의무 부과를 유예한다.

농업인끼리 농지를 바꿔 경작하거나 마을 농지를 한 사람이 모아 경작하는 등 관행적 임대차도 농지은행을 통한 공식 임대차로 전환한다. 공식 임대차로 전환되는 경우에도 기존 임대차는 유지해 현재 실경작자에게 우선 임대할 방침이다. 소유자가 불분명한 미등기 상속농지는 대리경작자를 지정하거나 재산세 납부자가 대표로 위탁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임대차 특별정비 기간은 오는 11월 15일까지 연장한다. 3년 이상 소유한 농지는 이 기간 농지은행에 임대 위탁하면 보완조사 대상에서 제외해 적법한 임대차로 처리한다. 직접 복구하기 어려운 휴경지는 농지은행에 관리권을 맡길 수 있다. 농지은행은 풀베기·경지 정비 후 임대하고, 맹지·경사지 등은 복구나 대체 활용 방안을 찾는다.

중대한 위반이 아닌 불법 전용 농지는 1988년 이후 38년 만에 양성화를 추진한다. 지난 5월 18일 이전 시설이 완공됐고 다른 제한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다면 농지보전부담금을 낸 뒤 전용 승인을 받아 합법적인 상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다. 비닐하우스 등으로 위장해 식당을 운영하거나 태양광 발전에만 사용한 시설은 양성화하지 않고 본래 용도로 정비하도록 자진 정비 기간을 준다.

그러나 투기 목적이 명백하거나 농업진흥지역을 중대하게 훼손한 행위는 현행 농지법에 따라 처분한다. 대표적인 투기 유형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거짓 영농계획서를 내고 농지를 취득한 뒤 무단 휴경·불법 임대한 경우 △농업법인이 농지를 취득해 부동산업을 영위한 경우 △경매 등으로 공유지분만 취득한 뒤 무단 휴경·불법 임대한 경우다.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를 야적장이나 야영장 등 비농업용 시설로 불법 전용한 경우엔 원상회복명령을 내리고 필요하면 처분명령도 부과한다. 투기 여부는 위성·항공사진과 농지 취득·이용 실태 등 여러 정황을 종합해 판단한다. 지방정부의 청문 과정에서 소유자의 소명이 받아들여지면 행정처분을 철회할 수 있다.

연내 특별법 제정 추진…농지은행 예산 25%↑

당정은 처분 유예와 불법 전용 사후 승인의 근거를 담은 특별조치법을 연내 처리할 계획이다. 내년 1분기 특별법을 시행하고 위반 유형별 세부 지침을 마련한 뒤 2분기에는 농촌 현실을 반영한 농지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자진 정비와 처분 유예 기간은 입법 과정에서 정하되 무기한 유예는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통계청 표본조사만 보더라도 농지 임대차 비중이 47%에 이르고 농업인 고령화도 심각하다”며 “1996년 제정된 농지법이 현재 농촌 현실을 충분히 담지 못하는 만큼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법엔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위반사항의 처분을 경감할 근거가 없어 처분 유예와 양성화를 위한 특별조치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지은행의 매입·수탁 여력을 높이기 위한 예산도 늘린다. 맞춤형 농지지원 예산은 올해 1조 8077억원에서 내년 2조 2617억원으로 25.1%, 농지연금 예산은 2766억원에서 3444억원으로 24.5% 증액한다. 농지 매입 규모도 5230헥타르(㏊)에서 6800㏊로 확대하고,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추가 증액을 추진한다.

아울러 정부는 전수조사에서 확보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농지제도 개편에 활용한다. 지역별로 흩어진 소규모 농지는 농지은행의 공공매입과 교환·분합을 통해 집적하고, 고령농의 농지는 매입하거나 수탁해 청년농과 전업농에게 공급할 계획이다. 임대차·휴경 허용 사유를 확대하고 임차농 권리를 보호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지 전수조사는 농지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해 농업·농촌을 활성화하는 출발점”이라며 “선의의 농업인과 국민에게 불이익이나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불안해하지 말고 조사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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