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전문가 칼럼] 역대 최대 '1.7조 관광 예산'…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이선우 기자I 2026.09.24 15:26:13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김영국 교수 / 강원대 관광경영학과

김영국 교수 / 강원대 관광경영학과
김영국 교수 / 강원대 관광경영학과
내년도(2027년) 정부의 관광 예산이 1조 7000억 원을 넘어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됐다. 관광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함께 지방공항을 중심으로 외래 관광객을 지역으로 확산하고, 지역 체류와 소비를 늘리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예산은 규모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특히 당장의 수요와 산업의 미래, 지역의 지속가능성이 톱니바퀴 돌아가듯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관광 분야는 더더욱 그렇다.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행의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엔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과 위락을 즐기는 행위에 가까웠지만, 최근엔 낯선 곳에서 머물고, 먹고, 일하며 그곳의 일상을 경험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워케이션과 한달살기, 로컬스테이와 같은 장기체류 여행이 낯설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여행과 일상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관광객의 속성도 잠시 지역에 머무르다 떠나는 방문객에서 일정 기간 동안 지역 생활권에서 머무르는 ‘체류자’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관광 정책에 있어서도 이전과 다른 ‘시(時)감각’을 요구하고 있다. 관광 정책에는 서로 다른 세 종류의 시간 개념이 존재한다. 외지인의 발길을 지역으로 이끄는 ‘수요의 시간’, 지역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혁신의 시간’, 그리고 경험과 역량을 쌓아가는 ‘축적의 시간’이다. 훌륭한 관광 정책은 이 세 가지 시계를 함께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휴가지원이나 지역 소비 촉진처럼 단기간 내 수요를 늘리는 정책은 필요하다. 경기 부진과 지역 경제의 참담한 현실 속에선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단기 처방과 효과도 반드시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방향과 목표, 평가 기준을 방문객 수나 소비액 같은 겉으로 드러나는 숫자에만 두어선 안 된다는 점이다. 당장 성과나 효과가 드러나지 않지만, 긴 시간 인내와 투자가 필요한 부분에도 정책과 재정의 무게를 둬야 한다. 관광벤처 등 지역 관광기업 육성, 디지털·AI 전환(AX)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지역을 방문하게 만드는 것과 지역에 머무르게 하는 것은 같은 것까지 전혀 다른 문제다. 특히 외래 관광객의 지역 방문 늘리기는 공항, 호텔만 있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지역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하고, 언제 가더라도 숙박·체험을 편리하게 예약할 수 있어야 한다. 다국어 정보, 결제 서비스와 같은 편의는 기본이고, 음식·문화·상권·지역 콘텐츠도 자연스럽게 연결돼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할 지역 내 조직과 관광기업도 필요하다.

지역 내 관광시설을 만드는 것과 시장이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공항, 호텔 등 시설이 하드웨어 인프라라면 교통·예약·결제·정보·콘텐츠 그리고 관광기업과 데이터를 연결하는 것은 소프트웨어 인프라다. 지역관광의 경쟁력은 무엇을 하나 더 지었는가보다 지역 자원과 서비스를 얼마나 편리하고 매력적인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하는가에서 달려있다.

이런 점에서 1조 7000억 원이 넘는 관광 예산 역시 개별 사업별로 증액과 삭감만으로 평가할 문제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재정이 수요를 늘리고 혁신을 지원하는 데에 얼마나 쓰이는 지, 또 지역의 관광 생태계 강화를 위한 재정이 얼마나 균형있게 연결돼 있는가다. 수요를 만드는 정책도 필요하지만, 그 수요가 사라진 뒤 무엇이 남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관광이 지방소멸을 해결하는 만능 수단은 아니지만, 외부로부터 사람과 소비, 관심을 끌어들이는 마중물은 될 수 있다. 처음 지역을 찾은 이들이 오래 머물고, 다시 찾아와 워케이션 등 장기체류로 이어지면서 지역과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단기 지원만으로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를 위한 시스템과 역량은 오랜 시간을 두고 축적돼야만 한다.

정부의 역대 최대 관광 예산이라는 숫자는 분명 화려하다. 하지만 관광 정책의 성패를 올해 몇 명을 더 움직였는가로만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수요의 시간만 빠르게 돌아가고 혁신과 축적의 시간이 뒤처진다면 예산의 확대가 곧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역대 최대 관광 예산을 두고 던저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고 무엇을 남겼는가다. 세 개의 시간이 함께 움직여야만 당장 필요한 단기 성과도 올리고 지역과 관광 산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될 수 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TheBeLT

- 이탈리아 여행의 이유로 떠오른 '소도시' '호수·산악지대' - 서울행 50% 늘었는데 객단가는 19%↓…달라진 中 관광객 - “이게 송편이라고?”…강원은 감자, 남도는 모시였다 [강경록의 미식로드]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