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소재·주행감 모두 '프리미엄급' 6000만원대 국산 고급 전기차와 경쟁 뒷좌석까지 세심한 편의기능 돋보여 과제는 서비스망 확대, 장기 신뢰 확보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제네시스, 긴장해야겠는데?”
독일차도, 일본차도, 미국차도 아닌 중국 브랜드의 전기차를 몰면서 든 생각이다. 중국 지리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는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도 예의주시하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직접 운전대를 잡아보니 과연, 그런 평가가 괜히 나온 것은 아니었다.
지커 7X 외관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지난 27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경기 가평군 아난티 코드까지 지커의 국내 첫 출시 모델인 중형 SUV ‘7X’를 타고 편도 약 50㎞를 달렸다. 차량이 빽빽한 올림픽대로에서는 가감속과 승차감을, 탁 트인 서울양양고속도로에서는 가속 성능과 고속 안정성·정숙성을 테스트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대중형 모델과 달리 6000만원을 훌쩍 넘는 프리미엄 모델은 디자인, 실내 소재, 주행 질감, 정숙성, 편의기능 전반을 깐깐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런 잣대로 살펴봐도 7X에서는 크게 걸리는 부분을 찾기 어렵다.
지커 7X 운전석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외관은 중국차와 유럽차의 중간쯤에 있다. 유럽차처럼 차분하고 단정하면서도 직선과 곡선을 과감하게 조합한 중국 전기차 특유의 분위기가 묻어난다. 지커의 디자인을 이끄는 슈테판 실라프 총괄은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 등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유럽 고급차의 감성과 중국 전기차의 미래지향적 분위기가 묘하게 어우러진 배경이다.
실내에는 부드러운 가죽 소재를 넉넉하게 둘렀다. 손으로 이곳저곳을 더듬어봐도 딱딱하고 값싼 플라스틱의 감촉은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시트에는 나파 가죽을 적용했고 열선·통풍과 마사지 기능까지 있다.
지커 7X 냉온장고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센터콘솔 아래에는 음료와 먹거리를 보관할 수 있는 냉온장고를 탑재했고, 2열 좌석 아래에는 서랍형 수납공간도 숨겨뒀다. 운전자가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뒷좌석에 앉은 아이를 살펴볼 수 있는 후열 카메라와 옆 창문을 가려주는 전동식 햇빛가리개 등 동급 차량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편의기능도 빼곡하다.
2열은 키가 180㎝를 넘는 성인이 앉아도 다리와 머리 위 공간이 넉넉하다. 바닥도 평평해 가운데 좌석에 앉더라도 발을 둘 곳을 찾느라 몸을 비틀 필요가 없다. 트렁크 공간 역시 차급에 걸맞게 충분하다.
지커 7X 2열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시승차인 최상위 울트라 트림은 최고출력 645마력, 최대토크 72.4㎏f·m의 성능을 발휘한다. 가속 페달에 살짝 힘을 보태기만 해도 2t이 넘는 덩치가 믿기지 않을 만큼 민첩하게 튀어나간다.
승차감은 패밀리 SUV답게 운전의 재미보다 편안함에 무게를 뒀다. 울트라 트림에 적용된 공기식 서스펜션은 노면에서 올라오는 자잘한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낸다. 과속방지턱을 넘은 뒤에도 차체가 크게 출렁이지 않고 빠르게 자세를 되찾는다.
지커 7X 트렁크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운전자 보조 기능은 핸들이 적극적으로 세개 개입하며 다소 고집스럽게 느껴진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조작 방식이 처음에는 낯설고, 자동 차선 변경 기능의 작동 조건도 보수적이다. 다만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다. 일단 기능을 활성화하면 차량을 차로 중앙에 안정적으로 붙들고 앞차와의 간격도 사람이 운전하듯 자연스럽게 조절한다.
정숙성도 고급차에 기대하는 수준을 충족한다. 올림픽대로의 저속 구간에서는 전기모터 작동음과 외부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고,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높여도 차체 주변을 흐르는 바람 소리를 비교적 잘 억제했다.
지커 7X 센터디스플레이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그나마 아쉬운 점은 조작계다. 공조장치와 주행모드 등 주요 기능 상당수를 중앙 디스플레이에 통합하고 물리 버튼은 소수만 남겼다. 주행 중 설정을 바꾸려면 화면으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 화면 전환과 터치 반응은 빠르지만 자주 쓰는 기능까지 여러 차례 손가락을 움직여야 하는 구성은 번거롭다. 디지털 기기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라면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차량의 트림별 가격은 프로 5299만원, 맥스 5999만원, 울트라 6999만원이다.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프로 375㎞, 맥스 483㎞, 울트라 440㎞다.
지커 7X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7X는 더 이상 ‘중국차니까 저렴해야 한다’는 잣대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차다. 디자인부터 정숙성까지 프리미엄 전기차에 기대할 만한 능력을 두루 갖췄다. 이제 남은 과제는 탄탄한 서비스망과 브랜드 신뢰를 쌓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