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빈은 11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27시즌 4차 투어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이미래(하이원리조트)를 세트스코어 4-2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22년 9월 프로당구 데뷔 후 37번째 대회, 1497일 만에 거둔 첫 우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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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정수빈의 일상은 당구와 거리가 멀었다. 숙명여대 통계학과에 다니며 취업을 준비하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뜬금없이 당구가 그의 인생에 찾아왔다. 전환점은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당구장이었다. 급한 일이 생긴 친구 대신 대타로 잠시 일을 맡은 그는 손님들이 공을 치는 모습을 지켜보다 당구의 매력에 빠졌다.
처음에는 취미였다. 공의 각도와 배치를 익히는 기초 훈련부터 시작했다. 2021년 본격적으로 당구를 배우기 시작한 정수빈은 이듬해 동호인 신분으로 와일드카드 출전 기회를 얻어 LPBA 무대에 섰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문선수라는 생각은 없었다. 좋은 성적을 못내면 학교로 돌아가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큐를 잡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삶의 방향도 달라졌다. 대학 졸업을 미뤄두고 당구에 집중했다. 데뷔 시즌 16강에 오른데 이어 2024~25시즌에는 4강을 밟았다. 지난 시즌에는 결승까지 올라 우승 문턱을 두드렸다. 그리고 올해 정상을 밟았다. 당구 시작 후 겨우 5년 만에 이룬 인생의 지각변동이다.
정수빈은 “당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아는 것이 거의 없어 너무 막막했다”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높은 곳까지 언제 올라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순간을 기대하며 더 열심히 연습했다”면서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 시즌 첫 결승에서 겪은 실패가 이번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 그때는 익숙하지 않은 늦은 시간 경기에 맞춰 몸 상태를 조절하지 못했다. 풀세트 접전 끝에 우승을 놓친 뒤 경기 준비의 중요성을 배웠다.
이번에는 달랐다.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경기 시간에 맞춰 수면 패턴부터 바꿨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며 약 7시간의 수면을 확보했다. 정수빈은 “지난 준우승 경험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우승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8강에서는 직전 대회 우승자 박정현(하림)을, 준결승에서는 한지은(에스와이)을 넘어야 했다. 특히 한지은과의 경기에서는 초반 고전했다. 그는 “1, 2세트에 한지은 선수가 너무 잘해 실력 차를 느꼈다”며 “그래도 이대로 지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3세트에 나섰다”고 돌아봤다.
결승 상대 이미래도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상대보다 자신의 공에 집중했다. 첫 두 세트를 따낸 정수빈은 추격을 허용하고도 흔들리지 않았다. 세트 점수 3대2로 앞선 6세트를 11-5로 끝내고 마침내 우승컵을 품었다.
첫 우승에도 눈물은 나지 않았다. 그는 “원래 MBTI에서 T라 기뻐도 잘 울지 않는다”며 “우승을 하고 나서 최근에 무지개 다리를 건넌 강아지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 살짝 울컥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챔피언이 됐지만 정수빈은 여전히 기본을 이야기했다. 그는 “뒤늦게 당구를 시작해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며 “지금도 기초를 더 쌓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기본 공과 뱅크샷을 많이 배운 것 같다”며 “공격 시간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도 많이 느꼈다”고 덧붙였다.
다음 목표도 분명했다. 정수빈은 첫 우승을 시작으로 더 많은 우승을 쌓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우승이 정말 힘들다는 걸 이번 대회에서 느꼈어요. 그래도 이번 시즌에 한 번 더 우승해보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