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제공] 해병대 부대 내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을 고위급 간부들이 사전에 축소,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병대 2사단 참모장 A대령이 B상병을 성추행한 것은 지난 7월 9일.
A대령은 술을 마시고 영내 관사로 돌아가던 중 운전병인 B상병을 차량 뒷좌석으로 끌고 가 입을 맞추고 성행위를 강요하는 등 네 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구속 수감됐다.
그런데 시민단체들의 추가 조사에 따르면 이같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기 전까지 B상병을 협박하는 등 군 부대 차원에서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권센터와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등 세 단체들은 4일 오전 서울 영등포동 미래여성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군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조치와 가해자 엄중처벌 등을 군 당국에 촉구했다.
단체들에 따르면 A대령은 사건 이후 B상병이 어머니에게 피해사실을 말하자 “며칠 전에 부대에서 자살사건 났는데 너도 죽을래”라고 위협하는 등 지속적으로 B상병을 괴롭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B상병은 이 사건으로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으며, 현재 수면장애, 탈수증세 등을 동반한 급성스트레스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해당부대는 이 사실을 숨기는 데만 급급했다고 단체들은 지적했다.
B상병은 인권단체에 제출한 사건 경위서를 통해 당시 사건을 보고 받은 대대장이 “그냥 × 밟았다 생각하고 없었던 일로 하자”며 사건 은폐를 시도했다고 증언했다.
B상병의 가족들은 “부사단장이 가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A대령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후배인데 이 일이 밖으로 알려지면 그 후배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며 합의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단체 관계자들은 "피해자 가족들은 가해자 A대령의 부인과 정체불명의 군관계자들로부터 하루 수십 통에 달하는 협박전화와 문자에 시달려야 했다. 급기야 부대에서는 지난 1일 치료 중인 B상병이 복귀하지 않으면 탈영으로 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A대령이 구속 수감된 이후에도 B상병에 대한 2차 피해는 계속됐다는 것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은심 활동가는 “성폭력은 권력의 문제다. 상명하복이 엄격한 군대 내에서는 피해자가 저항하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며 군대 내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특히 현재 군인복무규율은 "군인은 복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진정 집단서명 기타 법령이 정하지 않은 방법을 통해 군 외부에 그 해결을 요청해서는 안 된다(제25조 4항)"고 규정하고 있어 성폭력 피해를 입었더라도 외부 상담소 등에 도움을 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단체 관계자들은 "법률적 한계를 개선하고, 걸핏하면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해온 군대 내 사건 해결관행을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