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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시대에 들어서며 리더의 책상 위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가 쌓이고 있습니다. 대시보드는 실시간으로 성과를 보여주고, AI는 회의록을 요약하며, 데이터는 구성원의 업무량과 성과를 숫자로 정리해 줍니다. 리더는 이제 팀원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느낍니다. 그러나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화면에 뜨는 것은 팀원의 ‘겉’이지, ‘피부 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데이터는 무엇을 했는지를 알려주지만, 왜 그렇게 했는지, 지금 어떤 마음인지, 무엇을 참고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얼마 전 한 임원을 만났습니다. 그는 팀 운영을 상당 부분 AI에 맡기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업무 배분도, 성과 분석도, 피드백 초안도 AI가 정리해 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핵심 인재 두 명이 연달아 퇴사 의사를 밝혔다고 했습니다. 그는 “데이터상으로는 아무 징후가 없었다”며 당혹스러워했습니다. 그러나 징후가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징후가 데이터에 잡히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마음속에서 조직을 평가하고, 리더를 판단하고, 결론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피리양추입니다. 말하지 않았을 뿐, 그들의 마음속 춘추(春秋)는 쉼 없이 기록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기술의 홍수 속에서 리더가 잃기 쉬운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사람에 대한 관심입니다. AI가 정리해 준 요약본을 읽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팀원의 표정을 살피고 목소리의 온도를 느끼는 시간은 줄어듭니다. 데이터가 풍부해질수록 역설적으로 사람은 납작해집니다. 숫자 뒤에 있는 고민과 자존심, 지친 마음과 숨은 열망은 어떤 알고리즘도 대신 읽어주지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리더 자신의 분별력입니다. AI가 내놓는 분석이 매끄러울수록 리더는 스스로 판단하는 근육을 쓰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사람에 관한 판단만큼은 리더가 자기 마음속의 기준, 즉 자신의 양추(陽秋)로 내려야 합니다. 그것을 외주 줄 수는 없습니다. AI는 평균을 잘 압니다. 그러나 리더가 마주하는 것은 평균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개별적인 마음입니다. 같은 침묵이라도 어떤 팀원에게는 몰입의 신호이고, 어떤 팀원에게는 체념의 신호입니다. 이 미세한 차이를 가려내는 분별력은 함께 보낸 시간과 쌓아온 신뢰 속에서만 길러집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데이터를 본 다음에는 반드시 사람을 보는 것입니다. 대시보드에서 이상 신호가 없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은 아무 의제 없이 팀원과 마주 앉아 근황을 묻는 것입니다. AI가 요약해 준 회의록을 읽었다면, 그 회의에서 유난히 말이 없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떠올려 보는 것입니다. 침묵은 데이터에 남지 않지만, 마음에는 남습니다. 또한 질문의 방향을 바꾸어야 합니다. “이번 주 진척은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은 AI도 대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일하면서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은 리더만이 던질 수 있고, 그 답 속에 팀원의 피부 안 풍경이 언뜻 비칩니다. 속마음은 캐묻는다고 열리지 않습니다. 리더가 먼저 자신의 고민을 꺼내 보일 때, 팀원도 마음속 춘추의 한 페이지를 조심스럽게 펼쳐 보입니다. 그리고 리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지금 팀원을 사람으로 보고 있는가, 아니면 지표로 보고 있는가. 이 질문을 놓치는 순간, 리더의 분별력은 기술의 홍수에 쓸려 내려갑니다.
AI는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대신해 줄 것입니다. 요약도, 분석도, 예측도 지금보다 훨씬 정교해질 것입니다. 기술을 배우고 활용하는 일은 물론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팀원의 피부 안에 있는 마음, 그 안에서 매일 이루어지는 평가와 판단을 읽는 일만큼은 끝내 리더의 몫으로 남습니다. 기술과 데이터는 넘쳐나도 사람의 속내는 화면에 뜨지 않습니다 말 없는 마음을 읽는 힘이 AI 시대 리더의 진짜 분별력입니다. 구성원들은 오늘도 말없이 리더를 지켜보며 마음속 춘추를 쓰고 있습니다. 그 보이지 않는 기록을 헤아리려는 노력, 기술이 넘쳐날수록 사람에게 더 다가가려는 그 정성이야말로, AI 시대에 리더가 조직에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킥(Kick)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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