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재판 중 추가 혐의 나와도 직접 수사 못해…재판 지연·증거 인멸 우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한영 기자I 2026.08.13 06:05:03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구멍 투성이 개정형소법…선결과제 긴급진단]③재판편
친딸 강제추행 위증, 공판검사가 직접수사로 밝혀내
10월부턴 수사기관 거쳐야…증거 확보·재판 지연 우려
법조계 “공소유지 위한 제한적 보완수사 허용해야”

무소불위 권력을 거머줬던 검찰의 해체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보완수사권 존치에 힘을 실어줬던 이재명 대통령도 “사필귀정”이라며 거부권 행사 없이 ‘수사와 기소 완전 분리’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1954년 제정 이후 72년 간 뿌리 내렸던 형사사법체계가 대변화를 맞게 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상정부터 국무회의 통과까지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은 ‘전광석화’ 같은 처리로 곳곳에 ‘빈틈’이 상당해서다. 이데일리는 수사·기소·재판 과정 등 3회에 걸쳐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의 공백을 짚어보고 후속 입법 등 필요한 후속대책은 무엇인지 시리즈 기획을 연재한다.

[이데일리 김한영 기자] 지난해 친딸 강제추행 사건 재판에서 남편의 범행을 감추려 거짓 증언한 아내가 공판검사에게 덜미를 잡혔다. 아내는 법정에서 딸로부터 성추행 피해 사실을 들은 적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지만 이를 수상하게 생각한 대전지검 공판검사는 모녀의 카카오톡 메시지와 통화 녹취 등을 확인해 위증 사실을 자백받고 남편의 부탁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까지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직접수사에 나선 검찰은 아내를 위증 혐의로, 남편을 위증교사 혐의로 각각 추가 기소했다.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김진주(가명)씨가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 주최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지옥문이 열렸다' 토론회에서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 = 공동취재단)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김진주(가명)씨가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 주최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지옥문이 열렸다' 토론회에서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 = 공동취재단)
오는 10월부터는 이 같은 사건에서 추가 혐의를 밝히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검사가 공판 과정에서 새로운 범죄 혐의를 발견하더라도 직접수사에 나설 수 없어서다. 공소청 검사는 범죄 정황을 포착하면 경찰이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등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청하고 그 결과를 넘겨받아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공소청 검사가 공소유지를 위해 피고인·피해자 등의 의견을 듣거나 자료를 제출받아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얻은 진술과 자료를 증거로 사용하는 데에는 제한을 두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허용되는 ‘공소유지를 위한 사실관계 확인’이고 어디서부터 금지되는 ‘수사’인지가 실무 쟁점으로 논란이 일 전망이다.

특히 법정에서 위증 정황을 포착한 경우처럼 즉각적인 확인이 필요한 사건에서 수사 지연에 따른 우려가 제기된다. 공소청 검사가 관련 절차를 다시 밟는 동안 관련자가 말을 맞추거나 증거가 사라질 수 있어서다.

검찰 관계자는 “공판검사가 필요한 증거를 직접 확보하지 못하고 경찰이나 수사기관에 요청해야 한다면 재판부도 자료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증거를 제때 확인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법원이 불완전한 증거를 토대로 판단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재판 지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직 판사 A씨는 “공소제기 후 검사가 새롭게 확보한 증거를 직접 제출하지 못하고 경찰에 요청해 받아서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재판과정이 길어질 수 있다”며 “검사가 직접 조사할 경우 그 자료 자체가 위법수집증거가 될 여지도 있다”고 내다봤다.

피고인 측이 기존 증거의 적법성이나 증거능력을 다툴 경우 대응하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크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고인 측에서 증거의 위법수집 문제 등을 다툴 경우 이에 대응할 보강증거가 충분히 수집돼 있지 않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며 “증거능력을 하나하나 다투게 되면 공판이 길어지고 주요 증거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공소유지에도 어려움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중수청 개청준비단 출범, 검찰 분위기는 (사진 = 뉴시스)
중수청 개청준비단 출범, 검찰 분위기는 (사진 = 뉴시스)
법조계에서는 공판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된 범죄를 수사기관에 신속하게 넘길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원이 소송지휘권을 활용해 필요한 자료의 제출 시점을 정하고 수사기관의 신속한 자료 보완을 유도하는 방안 등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근본적으로는 향후 입법을 통해 공소유지에 필요한 범위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제한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는 검사가 공판 과정에서 새롭게 범죄 혐의를 발견하더라도 수사 요청을 적극적으로 하는 수준 이상의 보완책을 마련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