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두 제도는 시장 안정이라는 목적의 일부만 같을 뿐, 개입 방식과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전혀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서킷브레이크가 시간을 통제하는 장치라면 토허제는 거래 조건을 통제하는 제도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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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허제는 다르다. 특정 지역의 토지나 주택을 거래하려면 행정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주택의 경우 실거주 여부 등이 거래 조건으로 작용한다. 단순히 거래 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누가 어떤 목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지를 행정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이 차이는 부동산 시장의 수급 구조를 바꾼다. 허가구역에서는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와 투자 목적의 매수가 어려워지고 외지인 수요도 제한된다. 단기적으로는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수요를 차단하는 과정에서 매도자까지 움직이지 않게 만드는 것이 문제다.
부동산은 주식과 달리 매도 이후 갈아탈 대체 주택을 쉽게 찾기 어렵다. 규제지역에서 집을 팔면 다시 주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제약이 생길 수 있고 세금이나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 매도자는 굳이 매물을 내놓을 이유가 줄어든다. 결국 매수 수요는 줄어드는데 매물도 함께 감소하는 거래 절벽이 나타날 수 있다.
거래량이 줄어든다고 가격까지 반드시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간헐적으로 고가 거래가 나오면 해당 가격이 새로운 기준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시장 전체가 충분한 거래를 통해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가격 신호가 왜곡되는 것이다. 규제로 수요를 억제했지만 공급 측의 매물까지 잠기면서 가격 안정 효과가 제한될 수 있는 이유다.
실제 시장 흐름을 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에도 가격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10·15 대책 이후 올해 8월까지 노원구·도봉구·강북구의 아파트 가격 지수는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갔으며 금천구·관악구·구로구 역시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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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지역으로 지정된 곳에 대한 시장의 인식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특정 지역을 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 시장 참여자들은 그곳을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거나 정책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규제 자체가 해당 지역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후 규제가 해제되면 대기했던 수요가 한꺼번에 움직이면서 가격이 다시 크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토허제가 필요 없다는 의미일까. 그렇지는 않다. 개발사업을 앞둔 지역이나 단기간에 투기적 거래가 집중되는 곳에서는 한시적인 수요 관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상시적인 가격 안정 수단으로 의존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거래를 제한하는 규제가 장기화될수록 정상적인 매매와 이동까지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시장을 얼마나 강하게 통제하느냐가 아니라 시장이 가격과 수급을 통해 스스로 균형을 찾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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