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연 분석…정년·연금 사이 '최대 3년 공백' 60세 재취업자 61% 임시·일용직…정규직 22% 불과 소득 반토막 난 가구 70% 적자…취약계층 안전판 부재
[이데일리 김주환 기자] 정년퇴직 후 국민연금을 타기 전까지 소득이 끊기는 공백기가 최대 3년까지 늘어났다. 생계를 위해 다시 일자리를 찾는 60대 다수가 임시·일용직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리며 가계 적자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중장년 구직자가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보고서 ‘중고령층 소득공백의 현황과 대응 방안’에 따르면 1998년 제도 개혁에 따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2013년 61세를 시작으로 2033년 65세까지 5년마다 1세씩 늦춰지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 의무 가입 상한 연령은 만 59세에 멈춰 있다. 이 때문에 올해 기준 1961~1964년생(지급 개시 63세)은 법정 정년인 만 60세부터 62세까지 3년간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도, 연금을 받을 수도 없는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였다.
마땅한 완충 장치가 없다 보니 공백기 생계 부담은 고스란히 개인 몫으로 돌아왔다. 60~64세 경제활동참가율은 2011년 57.0%에서 지난해 66.7%로 뛰었고 임금근로자 비중 역시 49.4%에서 66.2%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연금이 나올 때까지 일해서 버텨야 하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 노령연금 지급 연령 연도별 조정 단계표. (이미지=보건사회연구원)
문제는 일자리의 안정성이다. 1961~1964년생의 공백기 고용률(66.5%)은 정년 전(73.8%)보다 7.3%포인트(p) 떨어졌다. 이는 대부분 안정적인 상용직에서 이탈한 영향으로 보인다. 60세 이후 일자리를 다시 구한 재취업자 가운데 임시·일용직 비중은 61.3%에 달한 반면, 정규직은 22.1%에 그쳤다. 기존 직장에 남은 이들의 정규직 비율(59.0%)과 비교하면 일자리 안정성은 크게 떨어진다.
은퇴 가구의 살림살이도 직격탄을 맞았다. 소득 공백기 가구의 근로·사업소득 비중은 83.0%로 노동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가장이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났을 때 배우자가 경제활동을 늘려 빈자리를 메우는 식의 완충 효과는 미미했다.
소득 공백기에 정년 전 중위소득의 절반 미만으로 소득이 급감한 가구는 세대별로 15.6~17.2%에 달했다. 이들은 외식·여가·의류비 등을 일반 가구의 3분의 1 수준까지 바짝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해당 취약층 10가구 중 7가구(70.2~72.5%)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 코호트 구분표. (이미지=보건사회연구원)
기존 금융·연금 제도 역시 취약계층을 지켜주지 못했다. 중고령 가구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어 당장 융통할 현금이 부족한 데다, 주택을 처분해 생활비를 충당하기도 어려웠다. 손해를 보며 앞당겨 받는 조기노령연금마저 가입 기간 20년 이상인 유자격자가 77%를 넘어, 사실상 장기 가입자들만의 선택지에 머물렀다.
실제로 소득이 유지된 가구의 공백기 평균 연금 수령액은 월 191만8000원에 달한 반면, 소득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취약 가구는 월 52만7000원에 그쳤다.
연구진은 연금 수급 연령에 맞춘 단계적 정년 연장과 중소기업 재고용 제도를 도입하고 소득이 있는 60세 이상 근로자부터 국민연금 의무 가입 상한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필요한 만큼 연금을 나눠 받는 부분연금제 도입과 공공 가교 일자리 확대 등 촘촘한 사회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