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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떠나는 이흥구 "사법 3법 입법 충격…법원, 제대로 말할 줄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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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영 기자I 2026.09.07 11: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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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대법원서 퇴임식 일성
"법원 의사 반영 안 된 입법과정 안타까워 …법원 불신 원인"
12·3 계엄 후 사법부 소통 자성도…"정치 문법에서 벗어나야"

[이데일리 김한영 기자]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이 이른바 ‘사법 3법(대법관 증원·법왜곡죄·재판소원)’ 입법 과정에 대해 “충격적이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2·3 비상계엄 이후 사법부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민에게 법원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며 “법원이 말해야 할 때 제대로 말하지 못하면 점점 말할 기회조차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흥구 대법관이 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 대법관은 오늘 퇴임한다. (사진 = 뉴시스)
이흥구 대법관이 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 대법관은 오늘 퇴임한다. (사진 = 뉴시스)
이 대법관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이른바 사법 3법은 오랫동안 유지되던 재판제도나 대법원의 위상과 구조를 크게 바꾸게 될 것”이라며 “법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입법과정이 충격적이고 안타깝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자리한 데 따른 것이란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 대법관은 “이러한 입법의 배경에는 재판에 대한 국민들의 오래된 불만, 불신이 깔려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그것은 대체로 불공정하거나 충실하지 못한 재판, 당사자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전문적이지 못한 재판,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재판 등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법부의 변화 방향은 아직 남아 있는 권위적인 모습을 내려놓고 더욱 전문적이고 투명하며 설득력 있는 재판을 하는 것, 그리고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더욱 존중하는 쪽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법 3법이 법원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각각 평가했다.

이 대법관은 “사법 3법 중 재판소원이나 법왜곡죄는 법원이나 법관의 업무수행에 상당한 제한으로 작용하겠지만,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의 지위나 역할에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런 외부적 환경은 법관이 흔들림 없이 자신의 재판을 함으로써 헤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관 증원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구조와 기능, 전체 법원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며 “지혜를 모아 새로운 미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6년간 경험한 대법원의 가장 큰 문제로 ‘사건의 홍수’를 꼽았다. 이 대법관은 “대법관과 구성원들이 몰려드는 사건의 홍수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시스템 속에 있다”며 “법원 전체의 두뇌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여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현재 너무 많은 역량이 투입되고 있는 사실심의 보완기능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며 고등법원이 그 역할을 최종적으로 담당하고 전문성과 투명성이 강화된 항소심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법관은 특히 12·3 비상계엄 이후 사법부의 대응에 대해서도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12·3 비상계엄 후 벌어진 일련의 상황을 보면서 대법원이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국민들께 법원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거나 실패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며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가장 필요한 시점에 가장 적절하게 소통하면서 사법부가 어떤 판단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잘 설명하고 전달해야 한다. 말해야 할 때 제대로 말하지 못하면 점점 말할 기회조차 잃게 된다는 냉정한 진실을 깨닫게 된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사건을 대하는 법원의 자세도 언급했다. 이 대법관은 “정치적 사건이 법원으로 몰려들수록 정치의 문법에서 벗어나 법원의 언어와 문법으로 일관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사건이 쏟아지면서 그 여파로 법원이 흔들릴수록, 법원의 문법과 지향점은 무엇인지, 우리가 이에 충실하였는지, 이를 제대로 전달하였는지, 끊임없이 성찰하고 묻고 답하여야 한다”며 “이것이 충분하지 못하면 법원이 정치적 소용돌이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이 대법관은 “6년 임기 내내 정치적 사건을 포함하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많은 사람의 관심이 집중된 법적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며 “매일 재판하고 있지만 동시에 매일 재판받는 것이 대법관의 직업적 숙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페르시아 시인 사디의 시 ‘아담의 후예’를 인용하며 법관의 자세를 당부했다. 이 대법관은 “다른 이들의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면 법관이라 불릴 자격이 없다는 말은 사람의 재판을 담당하는 우리가 마음 깊은 곳에 새겨야 할 말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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