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안타증권은 15일 SK이노베이션의 목표주가를 기존 17만원에서 20만원으로 17.6% 상향 조정하며 투자의견 ‘매수(BUY)’를 유지했다. 유안타증권 황규원 연구원은 올해 SK이노베이션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0조553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지난해(4487억원) 대비 20배가 넘는 수준이다. 매출액은 102조2974억원, 지배주주 순이익은 3조5990억원으로 각각 추정됐다.
이 같은 목표주가 상향은 유안타증권만의 판단이 아니다. 신한투자증권도 최근 SK이노베이션의 목표주가를 19만원에서 20만원으로, S-Oil은 18만원에서 20만원으로 나란히 올렸다. 실제로 지난 9월 1일에는 미국-이란 군사 대립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로 SK이노베이션 주가가 하루 만에 7.81% 급등해 13만53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판매가격(OSP)이 배럴당 9.5달러 할증에서 2달러 할인으로 전환되며 원가 부담이 완화된 반면, 완제품 가격은 계속 오르면서 정제마진이 치솟은 점이 주가 상승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지목됐다.
정유업계에서는 이번 공급 부족 국면이 적어도 내년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동 석유화학 설비의 파손과 재가동 지연, 러시아산 에너지 설비 손상에 따른 공급 차질 규모가 전 세계 수급의 상당 부분을 흔들고 있어서다. 정유 부문에서만 지난해 3499억원에 그쳤던 영업이익이 올해 6조원대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의 주가 상승이 단순히 훈풍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회사는 최근 1년 새 연이은 계열사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 8월 25일 발표된 분리막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흡수합병 소식이 대표적이다. SKIET는 전기차 수요 둔화와 북미 시장 회복 지연,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 심화로 2024년 2910억원, 지난해 246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올해 2분기에도 63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해 체결한 3000억원 규모의 주가수익스왑(PRS) 계약까지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SK이노베이션은 SKIET 보통주 1주당 자사 보통주 약 0.1175주를 배정하는 소규모 합병을 택했다. 합병 발표 직후 SK이노베이션 주가는 하루 만에 13% 넘게 빠졌고, 합병은 내년 1월 1일 마무리돼 신주가 1월 18일 상장될 예정이다.
도시가스 사업을 둘러싼 구조는 더 복잡하다. SK이노베이션은 앞서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현금 창출력을 보강하기 위해 발전·도시가스 계열사인 SK E&S를 흡수합병했는데, 이 과정에서 5년 전 발행된 상환전환우선주(RCPS) 3조2000억원어치가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해당 RCPS를 보유한 글로벌 사모펀드 KKR은 2027년 2월부터 2054년까지 30년에 걸친 전환권을 갖고 있는 반면, SK 측의 상환권 행사 기간은 2026년 11월부터 2027년 2월까지 단 3개월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이 기간 안에 SK가 대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이후 수십 년간 도시가스 사업의 실질적 주도권이 KKR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4분기 중 도시가스 사업을 KKR에 매각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이며, 이 경우 연간 EBITDA 3000억원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증권가가 목표주가를 높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정유·윤활유 부문에서 벌어들이는 잉여현금 규모가 구조조정에 따른 기업가치 감소분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의 연결 순차입금은 2024년 29조원에서 2025년 24조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와 내년에는 각각 20조원, 18~19조원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5년 만에 영업활동을 통한 잉여현금이 플러스로 돌아서는 셈이다. 카타르 셸의 윤활기유 설비 파손으로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윤활유 사업 역시 이번 목표주가 상향에 힘을 보탠 요인으로 꼽힌다.
<마켓잉크 장경호 기자>
기사 내용은 작성기관의 견해이며, 이데일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보 이용에 따른 판단은 독자에게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