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혈변은 항문 질환뿐 아니라 장염, 염증성 장질환, 대장용종, 게실 출혈, 허혈성 대장염, 대장암 등 다양한 소화기 질환의 신호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매운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 자체가 혈변을 직접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연휴 기간 과식과 자극적인 식습관으로 인해 잦은 설사나 배변이 발생하면 항문이 반복적으로 자극되면서 기존 치핵이나 치열의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변주란 교수는 “치열이 있는 경우 매운 음식 섭취 후 배변 과정에서 통증이나 화끈거림이 심해질 수 있지만, 이러한 증상만으로 출혈의 원인을 치핵이나 치열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혈변이 반복되거나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면 다른 장 질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혈변의 색깔도 출혈 원인을 판단하는 데 참고할 수 있다. 항문이나 하부 직장처럼 출혈 부위가 가까운 경우에는 선홍색 혈변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치핵이나 치열 등이 대표적인 원인이다. 반면 암적색이나 검붉은 변은 우측 대장이나 소장 등 상대적으로 위쪽에서 발생한 출혈에서 나타날 수 있다. 식도·위·십이지장 등 상부 위장관에서 출혈이 발생하면 검고 끈적한 타르 형태의 변을 보게 된다.
다만 출혈량이 많아 장 통과 속도가 빨라지면 상부 위장관 출혈도 붉은색으로 나타날 수 있는 만큼, 혈변의 색깔만으로 출혈 부위나 원인을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혈변과 함께 나타나는 증상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피가 계속 나오거나 큰 핏덩어리가 섞여 나오는 경우, 어지럼증이나 실신, 식은땀, 심한 두근거림, 숨참 등이 동반되는 경우 상당한 출혈로 인해 혈압이 떨어지거나 혈액이 부족한 상황일 수 있어 연휴 중이라도 즉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추석 연휴 동안에는 혈변을 예방하려면 특정 음식을 무조건 피하기보다 과식하지 않고,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육류나 전, 튀김류에 식사가 치우치지 않게 채소·과일·통곡물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함께 섭취하고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는 것이 좋다.
변 교수는 “혈변이 반복되거나 지속될 경우 출혈량과 색깔, 복통·설사, 어지럼증 등 동반 증상을 살피고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며 “특히 원인 모를 체중 감소나 빈혈, 새롭게 발생한 변비·설사, 잔변감, 변 굵기의 변화 등이 함께 나타나거나 출혈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대장 질환에 대한 평가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연휴라도 진료를 미루지 말고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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