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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낮춘 설계에도 주평가지표 모두 미충족
코오롱티슈진(950160)은 지난 21일 오후 5시 55분 TG-C가 미국 임상 3상에서 주평가지표인 12개월 시점의 VAS 통증 점수와 WOMAC 총점 모두 위약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공시했다.
VAS 변화량은 TG-C군 -38.7, 위약군 -39.2로 오히려 위약군의 개선 폭이 0.5포인트 컸다. 수치상으로는 위약군의 통증 감소 폭이 TG-C군보다 크게 나타난 셈이다. p값은 0.8322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WOMAC 총점은 TG-C군 -27.61, 위약군 -26.54로 TG-C군이 1.07포인트 더 개선됐지만 p값은 0.5701에 그쳤다.
531명 규모의 시험에서 치료군과 위약군 사이에 실질적인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이 뼈아프다. 바이오업계에서 이번 TG-C 미국 임상 3상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쳤던 이유 중 하나는 보수적인 임상 설계에 있었다.
코오롱티슈진은 앞선 국내 임상 3상과 미국 임상 2상에서 유의성을 확인했던 VAS와 WOMAC을 미국 3상의 공동 1차 지표로 설정했다. 근본적 골관절염 치료제(DMOAD)로 입증받기 위한 구조 개선 관련 지표는 부평가지표로 돌렸다. 가장 자신 있는 지표를 위주로 주평가지표를 설정해 임상 실패 위험을 낮췄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승호 코오롱티슈진 대표가 올 초 “임상 3상 결과가 실패로 나올 일은 절대 없다”고 단언한 것도 이 같은 자신감의 연장선이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 남은 변수는 오는 10월 공개될 두 번째 미국 임상 3상 결과다. 해당 임상에서 매우 명확하고 일관된 유효성이 나오지 않으면 TG-C의 미국 허가 전략은 상당한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두 번째 임상까지 실패할 경우 TG-C 상용화를 전제로 조달한 자금은 생존을 위한 자금으로 탈바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7년간 베팅해온 TG-C…美서 명예회복 노렸건만
TG-C는 코오롱그룹 바이오 사업의 상징으로 꼽힌다. 코오롱은 1999년 미국에 코오롱티슈진을 설립하고 TG-C의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올해로 27년째다. 1994년 초기 물질 연구를 시작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연구개발 기간은 32년에 이른다.
TG-C는 2017년 ‘인보사케이주’라는 이름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아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2019년 허가 당시 제출한 내용과 실제 세포 성분이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내 품목허가가 취소됐다. 미국 임상 3상도 중단됐고 코오롱티슈진은 상장폐지 위기까지 내몰렸다.
2021년 4월 미국 임상이 재개되면서 부활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거래소는 임상 재개와 재무·지배구조 개선 등을 토대로 상장 유지를 결정했고 코오롱티슈진 주식은 2022년 10월 약 3년 만에 거래가 재개됐다. 오너 일가를 둘러싼 형사재판도 올해 2월 무죄가 확정되면서 코오롱은 TG-C 개발과 상업화에 다시 힘을 실었다.
미국 임상 3상 성공은 단순한 신약 개발 성과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국내 품목허가 취소로 훼손된 신뢰를 FDA 허가로 회복하고 TG-C의 유효성과 제품 가치를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에서 다시 인정받을 기회로 여겨졌다. 올해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이 코오롱티슈진 이사회에 합류한 것도 상업화를 앞둔 책임 경영과 그룹 차원의 지원 의지를 보여주는 행보로 해석됐다.
그룹의 자금 투입도 상당했다. 코오롱은 최근 5년간 코오롱티슈진에 3160억원을 지원했다. 외부 투자금까지 포함하면 총 5525억원이 투입됐다. 지난해에는 565억원과 1225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잇달아 발행해 FDA 허가와 상업화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첫 번째 미국 임상 3상이 실패하면서 상업화 실탄이 추가 임상과 회사 운영, CB 상환 재원으로 바뀔 가능성이 생겼다.
내부 분석 신뢰성부터 결과 사전 유출 의혹까지
시장에선 코오롱티슈진이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 아니라 내부 분석팀을 통해 톱라인을 산출한 것을 두고 사전 정보 유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더구나 코오롱티슈진은 이날 공시와 다른 수치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앞서 코오롱티슈진의 주가가 이번 임상 결과 발표 직전 거래일인 지난 16일 전일 대비 1만5800원(20.28%) 급락한 점이 이러한 시장의 의심을 부추겼다. 당시 일각에선 주가 급락의 원인으로 미국 본사에서 분석 중인 데이터가 샌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었다. 주가 하락만으로 미공개정보 유출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번 공시로 이러한 의심이 강화되는 분위기다.
같은 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공시와 다른 임상 수치를 대거 제시한 점도 코오롱티슈진의 데이터 관리 능력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 공시에는 WOMAC 변화량이 TG-C군 -27.61, 위약군 -26.54로 기재됐지만 보도자료에는 각각 -26.34와 -27.57로 적혔다. 단순 반올림 차이를 넘어 어느 군의 개선 폭이 더 컸는지까지 반대로 보이는 수치였다. VAS도 공시에는 -38.7과 -39.2, 보도자료에는 -38.6과 -39.1로 0.1씩 차이 나는 숫자가 기재됐다.
회사 측은 공시 수치가 최종 확정값이며 보도자료에 잘못 기재된 숫자들은 작성 담당자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임상 3상의 성패를 발표하는 자료에서 중요한 수치가 여러 군데 잘못 기재됐다는 점은 내부 통계 결과와 공시, 대외 발표 자료를 대조하는 내부 검증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편 코오롱티슈진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TG-C 미국 임상 3상 결과에 대해 상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예상보다 높은 위약 반응이 일어난 원인과 기존 임상에서 확인한 유효성을 재현하지 못한 배경, 내부 통계분석과 데이터 검증 절차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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