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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출 늘리면 국채 신뢰 ‘흔들', 긴축땐 '민심 폭발'…佛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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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겨레 기자I 2026.10.11 18: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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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채권 매도세 속 약한 고리 급부상한 佛
10년물 국채금리 5% 근접…2002년 이후 최고
獨 대비 스프레드도 유로존 재정 위기 이후 최대
재정 악화 속 극우·급진 좌파 부상…재정 개혁 험로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프랑스가 글로벌 채권시장의 약한 고리로 떠오르며 유로존 위기의 진앙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프랑스의 재정 적자와 정치적 교착에 대한 불신이 국채 매도로 이어지고 있지만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재정개혁 동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학생들이 학습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FP)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학생들이 학습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FP)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달 초 5%에 근접해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매도세가 일부 진정되면서 4.8~4.9%대로 내려왔지만 지난달 이후 상승 폭은 80bp(1bp=0.01%포인트)에 달한다.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와 프랑스 10년물 금리 차이(스프레드)는 한때 150bp를 넘어서며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5년 만기 프랑스 국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8일 79.82bp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32.25bp, 일본은 28.32bp 수준으로 프랑스가 주요 선진국을 크게 웃돌았다.

프랑스가 글로벌 채권 매도세의 집중 타깃이 된 배경에는 재정건전성 악화가 있다. 프랑스의 올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를 웃돌아 유럽연합(EU) 기준인 3%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국가부채는 3조6000억유로(약 5419조원) 에 달해 GDP 대비 약 120%에 육박한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프랑스보다 재정적자가 큰 나라는 미국뿐이다.

문제는 재정 적자를 줄일 정치적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프랑스 정부가 재정 절감 방안을 담은 내년도 예산안을 마련했지만 의회 구성 탓에 통과가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학생과 노동계가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교육 및 복지 지출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포률리즘 공약이 난립하고 있다. 정부가 사회적 반발을 달래기 위해 지출을 늘리면 국채시장의 신뢰를 잃고, 반대로 긴축을 강화하면 정치·사회적 반발이 거세지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안토니오 파타스 유럽경영대학원(인시아드)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 시장은 정부가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판단하고 있다”며 “너무 많은 정당들이 위기가 닥치면 득표율이 오를 것이라 생각해 프랑스가 불타도록 내버려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글로벌 채권시장 환경은 프랑스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7일 5.3%를 넘어 2002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일본 30년물 국채금리도 최근 4.2% 안팎까지 오르며 역사적 고점 부근에서 움직이이고 있다. 중동발 유가 상승과 끈질긴 인플레이션, 대규모 재정적자와 AI 투자에 따른 민간 부채 증가 등이 장기채 매도 압력을 키우는 가운데 시장이 정부 부채에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관심은 프랑스발 충격이 다른 유로존 국가로 번질지에 쏠리고 있다. 아직까지는 2010~2012년과 같은 전면적인 유로존 재정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탈리아 등 재정 취약국의 국채 스프레드가 확대되며 불안을 자극하고 있지만,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장과 재정 상황을 바탕으로 매도 압력이 제한적이다.

다만 프랑스 의회가 예산안 처리에 실패하고 내년 대선에서 극우·급진 좌파가 부상할 경우 프랑스의 재정 불안이 유로화 체제에 대한 신뢰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고통스러운 지출 삭감을 단행한 남유럽 국가들과 달리 프랑스는 재정적 책임에서 오히려 더 멀어지고 있다”며 “유로존 경제 2위인 프랑스를 구제할 경우 엄청난 비용이 소요될 것이며 다른 회원국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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