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56세 여성 김 모 씨는 5년째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다. 혈압은 잘 조절되었지만 LDL 콜레스테롤이 높아 고지혈증 약을 함께 권했다. 그러나 환자는 “약이 이미 여러 개인데 또 늘려야 하나요? 혈압만 잘 조절되면 되지 않나요?”라며 거부했다.
진료실에서 흔히 마주하는 장면이다. 고혈압은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만성 콩팥병의 주요 원인이다. 따라서 치료의 최종 목표는 혈압 수치를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이러한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있다. 여기에 고지혈증, 당뇨병, 흡연, 단백뇨가 동반되면 위험은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몇 배로 커진다. 고혈압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요인에 대해 대전선병원 심장혈관센터 백주열 전문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최신 미국(AHA/ACC 2025)과 유럽(ESC 2024) 진료지침은 혈압과 함께 콜레스테롤, 혈당, 콩팥 기능을 관리할 것을 강조한다. 혈압이 조절되어도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동맥경화는 증상 없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약이 늘어나는 부담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현재는 혈압약과 고지혈증약을 한 알에 담은 복합제가 많아, 알약 수를 늘리지 않고도 함께 치료할 수 있다. 약을 임의로 거부하기 전에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고혈압 치료는 약 복용으로 끝나지 않는다. 진료지침은 약을 시작하거나 바꾼 뒤 1개월 정도 간격으로 혈압을 확인하고, 목표에 도달한 뒤에도 3~6개월마다 진료받도록 권고한다. 가정혈압 기록도 중요하다. 또한 1년에 한 번은 콩팥 기능, 소변 알부민, 전해질, 콜레스테롤, 혈당, 심전도 검사로 장기 손상과 새로운 위험인자를 점검해야 한다.
일부 혈압약은 칼륨과 콩팥 기능에 영향을 주므로, 약을 시작하거나 늘린 뒤 수 주 이내에 혈액검사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만으로는 약을 꼭 먹어야 할지 판단이 애매한 경우도 있다. 이때는 혈관 상태를 직접 들여다보는 검사가 도움이 된다. 동맥경화반(플라크)을 확인하는 경동맥 초음파, 관상동맥 칼슘을 보는 심장 CT(관상동맥 석회화 점수), 혈관 경직도를 재는 맥파전달속도 검사가 대표적이다.
경동맥 초음파에서는 혈관 벽 두께보다 플라크 유무가 더 중요하다.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던 사람도 실제로는 위험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어 고지혈증 약이나 더 적극적인 혈압 조절이 필요해진다. 반대로 이상이 없으면 불필요한 약을 피하는 근거가 된다.
김 씨도 경동맥 초음파에서 작은 플라크가 발견된 뒤 생각을 바꾸었다. 복합제로 변경하면서 알약 수는 오히려 줄었고, 수개월 뒤 콜레스테롤도 목표치에 도달했다. 지금은 가정혈압 기록을 가지고 정기적으로 진료받으며 매년 검사로 몸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고혈압 관리는 약 한 알로 끝나지 않는다. 동반 위험인자를 함께 조절하고 꾸준히 점검하는 것, 그것이 심뇌혈관 질환 예방이라는 최종 목표에 이르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