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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만큼 학원 보낼려는데 월급 반토막"…'엄마'되기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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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 기자I 2026.09.02 09: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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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CEPR·OECD 공동 컨퍼런스 개최
“남들만큼은 시켜야”…韓 사교육 경쟁 없었다면 자녀 28%↑
출산 5년 뒤 여성 소득 43%↓…아버지는 변화 없어
수도권 집중·높은 주거비도 가족 형성 어렵게 해
“유연근무 확대·교육 지위경쟁 완화 등 필요”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한국의 초저출산 배경에 치열한 교육 경쟁과 출산 후 여성에게 집중되는 부담 등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자녀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사교육에 돈과 시간을 쏟는 ‘지위 경쟁’이 없었다면 여성의 평균 자녀 수가 실제보다 28% 많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출산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환경이 한국의 낮은 출산율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는 진단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아이 안 낳는 韓, 이유 있었다…사교육 경쟁이 출산 억제

2일 한국은행이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공동 개최한 컨퍼런스에서는 사교육 경쟁과 출산 후 여성의 소득 감소, 수도권 집중 등 한국의 초저출산과 맞물린 요인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컨퍼런스는 ‘인구 고령화와 장수의 경제학: 도전에서 기회로’를 주제로 열렸다.

김성은 세종대 교수 등 연구진은 자녀의 교육 성취를 다른 집 자녀와 비교하는 부모의 ‘지위 경쟁’이 사교육비를 사회적으로 과도한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출산을 억제한다고 분석했다. 다른 집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자녀 한 명에게 더 많은 교육비를 쓰게 되면서 여러 자녀를 낳는 부담도 커진다는 것이다.

교육 경쟁에 대한 우려가 큰 국가일수록 출산율이 낮고 하락 속도도 빨랐다. 한국과 싱가포르, 칠레 등이 대표적이었다. 한국에서는 저소득층의 소득 대비 사교육비 비중이 8.4%로 고소득층(5.1%)보다 높았다.

한 집의 사교육 경쟁은 다른 집의 지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학원 심야교습 규제로 상위 15% 가구의 사교육비가 10% 줄어들자 하위 50%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 비중도 0.4~0.9%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쟁 효과가 없었다면 1970~1975년생 여성의 평균 자녀 수는 1.92명에서 2.45명으로 28% 많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사교육을 둘러싼 지위 경쟁을 완화하면 큰 재정 부담 없이 출산율과 후생을 함께 높일 수 있다”며 “사교육 지출에 과세해 마련한 재원을 출산장려금으로 돌려주는 정책 조합이 효과적”이라고 제언했다.

아이 낳으면 소득 43%↓…지역 격차도 저출산 악순환

출산 이후 여성에게 집중되는 경제적 부담도 초저출산의 배경으로 지목됐다. 황지수 서울대 교수는 출산 5년 뒤 여성의 소득이 아이를 낳지 않았다고 가정했을 때보다 43% 낮아지는 ‘모성 페널티’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소득 감소는 임신 시점부터 시작된 반면, 아버지의 소득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최근 세대에서는 이 같은 불이익이 오히려 커졌다. 출산 12개월 뒤 소득 감소 폭은 1976~1980년생 40%에서 1981~1985년생 46%로 확대됐다. 다만 모성 페널티가 커졌다고 해서 출산에 따른 여성의 노동시장 불이익 자체가 악화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취업자나 고소득층, 공공부문·대기업 종사자처럼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건이 좋은 여성에게 출산이 집중되는 ‘선택 효과’도 강해졌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모성 페널티 확대가 곧 정책 실패를, 성별 임금격차 축소가 곧 정책 성공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육아휴직을 넘어 유연근무와 재택근무 등 일상적으로 일과 돌봄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수도권 집중과 지역 쇠퇴, 저출산이 맞물리면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볼커 지만 OECD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총인구가 2050년까지 약 500만명(약 10%) 줄고 생산연령인구는 3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높은 임금은 청년층을 수도권으로 끌어들이지만, 수도권의 높은 주거비와 혼잡은 가족 형성을 어렵게 해 다시 저출산을 심화시키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지방의 생활·서비스 여건을 개선하고 지역 거점을 육성해야 한다”며 “대학을 지역 혁신의 중심으로 활용하고 주택·도시계획 정책을 손질하는 등 지역에서도 교육과 일자리, 생활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기회의 지리’를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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