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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그는 한은에서도 핵심 부서로 꼽히는 조사국에서 경력의 대부분을 보냈다. 2012년 4월 부총재를 끝으로 한은을 떠난 뒤 총재로 복귀하면서 36년 간 한은에 몸담은 셈이다. 외부에서 발탁된, 그래서 한은 출신이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침없었던’ 김중수 전 총재와의 공공연한 불화도 이 같은 맥락에 근거한다.
지난 4월 화려하게 복귀했지만 이 총재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최근 3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1%대까지 금리를 내렸지만 경기는 여전히 회복세가 더디다. 또한 일본 등 주요 수출경쟁국들이 적극적인 통화확대 정책으로 통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 경쟁력을 키우면서 우리 수출기업들이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충격까지 가세하면서 경제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금리 인하를 고려해볼 만도 하지만 저금리 기조에 가계부채가 1100조원으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금리 인하 발목을 잡고 있다. 통상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국민들이 저금리에 돈을 빌릴 경향이 크고 높은 부채는 금리 인상시 이자 등의 부담을 높여 가계 파산 등의 가능성을 키운다. 당장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정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6월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이 총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이유다.
이 총재가 맞닥뜨린 과제는 시의적절한 금리 결정뿐만이 아니다. 최근 신중함이 도를 넘어 말을 아끼고 조심하는데 급급해 제때 시의적절한 시그널도 제대로 주지 못하거나 헷갈리는 발언 등으로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이 총재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이 총재는 이날 한국은행이 주최한 국제컨퍼런스 직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6월 금통위 기준금리 고려 사항에 대해 ‘everything(모든 요인)’이라고 말했다. 메르스가 내수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겠냐는 질문에 “내가 묻고 싶다. 메르스가 어떻게 될지”라고 답했다.
수출 부진에 메르스 사태로 내수 위축 우려까지 나오면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메르스의 경제적 영향에 대한 즉답을 피하고 금리 결정시 고려 대상 가운데 하나로 보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피력하면서 운신의 폭을 넓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이 총재의 이 같은 반문은 자칫 우리나라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국내 경제의 돌발 악재로 등장한 메르스 여파에 대한 충분한 파악과 판단을 하지 못한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11일 어떠한 금리 결정을 하더라도 결정 근거에 대한 의구심을 키울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앞서 최경환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메르스 사태에 대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에 대해 “추경을 편성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추경 기대가 사그라지면서 추경과 함께 경제 활성화 수단으로 거론되는 기준금리 결정에 더욱더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