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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조선왕조 영·정조 시대 미술은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선식의 사실주의 화풍이 지배했다. 그러나 18세기 초 진경산수와 풍속화가 매너리즘에 빠져들었을 때 추사 김정희가 등장해 문자향·서권기를 강조한 본격적인 문인화풍 바람을 일으켜 앞 시기와는 전혀 다른 서화세계를 전개하게 됐다.
이 변화는 서예의 새로운 변화로부터 시작됐다. 종래의 글씨는 법첩을 모델로 전개됐으나 추사는 청나라에서 일어난 금석학과 고증학을 받아들이면서 법첩 이전 금석문에 의지해 예서와 전서의 진수를 새롭게 해석하는 입고출신(옛것으로 들어가 새것으로 나온다)의 자세로 고전에 입각한 개성을 창출했다. 이로써 오늘날 알려진 추사체가 완성됐고, 추사의 예술은 그를 따르는 수많은 제자들에 의해 본격적인 문인화풍으로 전개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정희 60대 후반 말년의 원숙한 예술세계를 대표하는 서화 3점을 소개한다. 세상에 둘도 없는 난초 그림 ‘불이선란도’에서 서화일치의 최고의 경지를, ‘산호가·비취병 대련’에서 말년의 과감하고 화려한 운필의 멋을, ‘해붕대사화상찬’에서 골기만 남은 해서의 깊이를 감상할 수 있다.
김정희의 편지와 서화 3건 3점을 비롯해 6건 6점도 최초 전시한다. 34세인 김정희가 1819년 쓴 ‘황해도 무관에게 보낸 편지’는 비교적 이른 시기 편지이며, 부친 김노경(1766~1837)의 예조판서 임명과 자신의 문과 급제라는 영예로운 순간을 전하는 내용으로 의의가 있다. 68세 무렵 자신이 지은 ‘석노시’를 쓴 ‘석노시첩’과 제주 유배기인 63세에 오숭량 그림에 지은 시를 쓴 ‘기유십육도시첩’을 처음 전시한다. 무엇보다도 주학년이 초상화를 그리고 김정희가 스승으로 모신 중국의 옹방강과 완원, 이임송과 옹수곤이 감상 글을 남긴 ‘소동파입극도’는 김정희와 청 문인의 교유를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이외에도 허련의 ‘원나라 화가 예찬풍 산수도’와 이하응의 ‘묵란도권’은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으로, 기증 이후 처음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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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함께 성취한 금석학 성과’는 김정희의 비석 연구에 주목한다. 김정희가 31~32세 때 친구 김경연(1778~1820), 조인영(1782~1850)과 비석을 찾아내 역사 연구의 기반으로 삼은 성과를 전달하고, 북청 유배기 66~67세 때 발견한 석노(돌화살촉)를 고증하며 지은 ‘석노시’를 그와 벗 권돈인이 각각 쓴 ‘석노시첩’과 ‘석노시권’을 나란히 전시한다. 특히 그가 직접 경주 풀숲에서 찾아낸 통일신라 ‘무장사 아미타불 조성기비 편’을 전시해 돌에 새겨진 그의 글씨를 생생하게 전한다.
3부 ‘추사 김정희의 문예교유’에서는 청나라 문인과 주고받은 시, 평생지기 김유근과 권돈인을 위해 그린 ‘가을 나무와 흰 구름’과 ‘번상촌장에게 증정한 난초’를 전시하고, 청나라 문인과의 교유를 비롯해 허련(1808~1893)과 이하응(1820~1898)으로 이어지는 예술적 계승 관계를 함께 살펴본다.
4부 ‘추사 김정희의 벗, 불교’는 신분 차이를 뛰어넘어 우정을 나눈 초의(1786~1866)에게 보낸 편지, 불교이론을 논했던 고승 해붕(?~1826)과 백파(1767~1852)를 기리는 글 등에서 불교가 김정희의 삶과 예술에 어떤 정신적 기반이 됐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명문가에서 태어나 높은 관직에 올랐으나 제주와 북청에서 10여 년의 유배를 겪은 추사 김정희의 삶을 그의 동반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펴보는 데 집중했다. 한 사람의 천재를 넘어 다양한 사람과의 교유가 어떻게 새로운 예술세계를 만들었는지, 그 의미를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추사 김정희를 둘러싼 사람들과 그의 삶과 학문, 예술을 새롭게 조명하는 자리”라며 “다양한 분야의 교류가 어떻게 뛰어난 예술적 성취로 이어졌는지 살펴보며, 김정희가 지역과 신분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사귀고 학문의 경계를 넘으며 옛것을 바탕으로 이뤄낸 탁월한 서화의 경지를 깊이 감상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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