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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번이 끌려다녔다"… 트럼프는 어떻게 이란을 오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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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07.09 09:19:16

"합의 근접했다" 오판…위협은 번번이 허풍
"경제이익이 이념 앞선다" 가정 빗나가
중간선거 코앞…전면전도 물러서기도 부담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란 지도부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판이 결국 협상 파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8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튀르키예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이란 지도부에 대한 평가가 왜 바뀌었느냐는 질문에 “그들의 실체를 알게 됐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란 지도부를 “정신 나간” “사악한” “병든” 자들이자 “쓰레기(scum)”라고 칭했고, “그들은 매일 합의를 위반한다”며 “거짓말하고 속인다”고 비난했다.

불과 얼마 전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MOU 서명을 앞둔 지난달 16일만 해도 이란 지도부를 “매우 합리적인 사람들”이자 “상대하기 좋은” 이들이라고 추켜세웠고, 심지어 “급진화되지 않았다”고 장담하기까지 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지도부에 대한 평가를 뒤집고 휴전 합의를 끝낸 뒤 공습 재개까지 결정한 배경에 이런 오판이 자리한다고 설명했다. 이란이 합의에 충분히 근접해 있어 약간의 양보와 시간만 더 주면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거듭 믿었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빗나갔다는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위협과 실행의 괴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파멸시키겠다고 거듭 경고했지만, 그 위협은 거의 매번 ‘허풍’으로 끝났다. CNN은 “이란은 ‘트럼프가 위협을 실행할 배짱이 없으니 버티며 기다리면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의 의도와 자신이 쥔 지렛대를 잘못 읽은 채 이란에 번번이 끌려다녔다”고 지적했다.

이란이 합의에 목을 매고 있다는 진단도 빗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 달여 전인 지난 3월 31일 “이란이 합의를 구걸하고 있다”고 했지만, 정작 이란의 행보는 정반대였다. 그는 지난 4월 첫 휴전을 발표하며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하고 즉각적이며 안전한 개방”을 조건으로 내걸었으나, 이는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을 이어가려 했고, 이란이 미군 함정에 발포하는 등 도발을 이어가도 행정부는 “휴전 위반이 아니다”라며 애써 감쌌다.

지난달 양해각서(MOU)로 더 실질적인 휴전이 맺어진 뒤에도 이란의 도발은 멈추지 않았다. 이 MOU는 이미 이란 요구 쪽으로 상당히 기울어 미 공화당 안에서도 비판이 나왔는데, 이란은 이런 유리한 합의를 받아들이기보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쥐는 데 더 매달렸다. MOU가 미국에 봉쇄 해제만 요구했을 뿐, 이 핵심 항로의 장기 통제권은 명시하지 않은 탓이다.

물론 지난 3개월간의 휴전이 미국에 헛수고만은 아니었다. CNN은 최근 유가 급락이 국내 정치 부담을 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느 정도 협상 지렛대를 줬다고 봤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도 시간에 쫓기기는 마찬가지다. 임시방편으로 꿰맞춘 휴전이 분쟁을 오는 11월 중간선거 코앞까지 끌고 온 데다, 전면전은 국내에서 극도로 인기가 없어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더 큰 군사행동을 감당할 여력이 없을 수 있다”고 시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달 전부터 이란이 “우리를 질질 끌고 있다”고 의심해 왔고, 이날도 같은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란이 최고지도자였던 하메네이의 장례를 이유로 시간을 달라고 해 이를 들어줬더니 곧바로 미사일을 쐈다는 일화를 들며 “합의하고 싶다면서 실제론 그렇지 않다. 정말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CNN은 “아니면 지금껏 몇 번이고 되풀이된 일이 이번에도 벌어진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그저 그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았을 뿐일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부동산 사업가 시절 사고방식이 오판의 뿌리라고 꼬집었다. 이란이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정치를 이끌어온 혁명 이념보다 경제적 이익을 앞세울 것이라고 가정했지만, 그 전제 자체가 빗나갔다는 것이다. NYT는 이런 오판과 졸속으로 꿰맞춘 합의가 맞물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교착 속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선택지만 떠안게 됐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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