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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호르무즈 '치킨 게임'…이란이 전략적으로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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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04.24 09:11:41

협상 교착 속 이란, 유가 압박·해협 봉쇄로 맞불
고속정으로 유조선 공격…비대칭 전술에 美골머리
트럼프 "시간은 우리 편" 주장하지만 말수는 줄어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협상의 주도권이 예상 밖으로 이란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CNN은 23일(이하 현지시간) “누가 이 전쟁의 고통을 더 오래 버틸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점점 더 많은 증거가 이란을 가리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시민들이 이슬람혁명 지도자 고(故)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와 이란 최고지도자 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모습이 그려진 벽화 옆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란, 유가 끌어올리며 ‘핵심 전쟁 목표’ 달성

CNN에 따르면 대규모 폭격이 재개될 즉각적인 위협이 사라진 상황에서 이란은 유가 상승 유도라는 핵심 전쟁 목표를 사실상 달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자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도록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구도를 만들어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리함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나는 시간이 얼마든지 있지만, 이란은 그렇지 않다. 시계가 째깍거리고 있다”고 썼다. 그러나 CNN은 이란과의 협상에서 이전보다 트럼프의 말수가 줄었다고 전했다. 지난주 “협상이 임박했다”거나 이란이 “핵 먼지”를 내놓을 것이라 주장한 그의 게시물들이 역풍을 맞은 탓이다.

이란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후 이란은 이슬라마바드 2차 종전 협상에 불참했고,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다시 고조됐다.

소형 고속정으로 유조선 공격…비대칭 전술이 미군 묶어

미 해군은 이란 항구·연계 선박에 대한 봉쇄 개시 이후 30척 이상의 선박을 나포했다. 반면 이란은 2~6명이 탑승하는 소형 고속정으로 호르무즈 해협 인근 화물선·유조선을 공격해 최소 5척의 선박을 타격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이란 해군의 상당수가 수장됐다고 주장하지만, 이란의 소형 고속정 전술은 세계 최강 군대를 상대로 이른바 ‘홈 어드밴티지’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간이 지나면 미군이 이를 섬멸할 수 있겠지만, 그 ‘시간’이 트럼프에게는 사치라는 것이다.

이란 반관영 통신 타스님은 페르시아만 국가들에 서비스하는 해저 데이터 케이블 ‘최소 7개’가 호르무즈 해협 해저 좁은 통로에 밀집돼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발트해에서 러시아의 케이블 절단 의혹에 대응하면서 경험했듯, 이런 비대칭 전술에 대응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이란 국영TV가 지난 22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 호르무즈 해협에서 컨테이너선 ‘MSC 프란체스카’호와 ‘에파미논다스’호를 나포하는 작전에 참여한 병력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로이터)
‘살라미 전술’ 이란…2015년 핵협상의 재연

이란군은 아랍에미리트(UAE)의 루와이스 정유소와 세계 최대 원유 처리 시설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를 차기 공격 대상으로 거론하며 재래식 확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두 시설 모두 지난 공격으로 피해를 복구 중이다.

이란의 수석 협상가인 갈리바프 의장은 이번 주 “적은 전략적으로 패배했다”고 선언했다. CNN은 이란의 협상 방식을 ‘살라미 전술’로 규정했다. 협상 상대방의 저항을 한 번에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잘라내는 방식으로 원하는 것을 하나씩 관철시키는 전략이다. 이란은 2015년 핵 합의 협상 과정에서도 수년에 걸쳐 같은 방식으로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상대했다.

이번 이슬라마바드 협상에서도 이란은 트럼프가 지난 21일 발표한 휴전 연장을 자신들이 요청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공식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직접 요청한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방식이다. 이란의 다음 목표는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다. 트럼프는 이를 공개적으로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

한국 에너지 시장, 호르무즈 긴장에 직격탄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 원유 수입량의 70% 이상이 통과하는 핵심 해상 수송로다. 해협 봉쇄 또는 추가 공격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에너지 수급과 물가에 즉각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이미 이란 전쟁 이후 국제유가 상승세는 우리 기업들의 생산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슬라마바드 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이후, 회담 재개를 위한 막후 중재 움직임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다. CNN은 협상 관계자들이 입을 굳게 닫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를 다음 협상 카드로 노리는 상황에서 미국이 이를 수용할지 여부가 국제 에너지 시장의 다음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지난달 11일(현지시간)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걸프 해역을 항해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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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

- 호르무즈 공격·이란 강경파 제거…美, 결렬 시 꺼낼 카드는 - 이란 실세는 ‘이들’…"美와 2차 협상 막판 불발도 결정" - “그만 떠들어야”…트럼프 SNS 위협, 이란과 협상 장애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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