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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2일 최근 물가 상황에 대한 평가를 내고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월 전망치인 2.1%를 웃돌 것이라고 발표하면서도 기존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과는 차이가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기저효과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내려가진 않지만 경기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슬로우플레이션(Slow-flation) 상황에는 들어섰단 평가다.
9년 8개월 만에 3%대 물가…성장률 깎아 먹는 ‘독’ 될까 우려
물가가 오르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조치로 살아날 민간소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의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2%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4월부터 6개월 연속 2% 상승폭을 기록한 데 이어 2012년 2월 이후 9년 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섰다. 상승폭 기준으로는 2012년 1월(3.3%) 이래 최대폭 상승이다. 특히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전년동월대비 2.8% 올랐다. 이 역시 2012년 1월(3.1%) 9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이다.
정부와 한은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한 것은 국제유가 상승세 확대와 지난해 이동통신요금 지원의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석유류와 이동통신비 할인의 기여도는 각각 1.03%포인트, 0.67%포인트 수준으로 나타났다. 가공식품 가격과 백신접종 확대 등으로 인한 개인서비스 물가도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각각 0.23%포인트, 0.87%포인트의 기여도를 보였다.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유류세 인하가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2~0.3%포인트 정도 낮출 것으로 보이지만, 시행 시기 등을 고려할 때 본격적인 물가 하락 효과는 12월부터 나타날 것으로 추정된다. 당분간 이런 물가 상승 압력은 이어질 것이란 뜻이다.
문제는 유가 상승세가 얼마나 이어질 지, 공급망 충격이 미칠 파장이 어느 정도일 지 예상이 어렵단 점이다. 80달러대의 국제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수입물가는 석 달째 20%대 안팎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생산자물가 역시 석 달째 7%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수입·생산자물가도 공급망 충격이 반영돼 기업의 원가 부담을 높이고 있는데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이상 나온 것은 기저효과를 감안해도 위험한 상황이라고 봐야 하고 생산자물가 상승률도 7% 돌파해서 물가 압력이 상당히 거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가 지난달 29일 설문조사 결과도 3%대 물가가 10월에 그치지 않고 11월, 12월에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나타났다. 내년 연간 물가 상승률 역시 2% 안팎 수준을 보일 것이란 의견이 우세했다.
뚝뚝 떨어지는 성장률 상승폭…美·中 스태그플레이션 닮아가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성장폭이 줄어드는 모습이다. 분기별 GDP 성장률은 올해 1분기 1.7%를 기록한 이후 2분기 0.8%, 3분기 0.3%까지 내렸다. 이에 연간 4%대 성장 목표 달성이 어렵단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한은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란 판단이다.
한은 관계자는 “공급 측 요인이 일부 경기를 제약하고 있고 물가 상승세를 높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팬데믹 이후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나타난다는 점에서 경기가 마이너스로 큰 폭 떨어지고 물가는 두 자릿 수 이상 급등하던 1970년대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믿을 만한 구석인 수출에도 대내외적 악재가 겹쳐 있어 안심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이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갈등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 등 물가를 높이는 여러 요인이 단기간에 사라지진 않을 것인데, 경기 악화까지 갈지는 두고 봐야겠으나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는 근거는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 차량용 반도체 부족, 글로벌 공급 병목현상 등이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데다 중국과 미국에선 우리보다 앞서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났다. 중국의 9월 생산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10.7% 상승해 역대 최대 상승을 보였고, 미국 역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5.4%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성장 지표는 둔화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성장률을 7.0%에서 6.0%로, 중국 성장률은 8.1%에서 8.0%로 내렸다. 수출 상대국인 주요국들의 경기 둔화는 우리 수출에 악재 요인이다.
성 교수는 “경제 성장률이 (과거와 비교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곤 있으나 하지만 작년 코로나19 기저가 있어서 국민들이 체감하는 것은 스태그플레이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면서 “물가 압력이 상당한 가운데 정부 정책도 전국민 지원 형태가 이어져 유동성을 푸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에 수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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