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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외교, 호르무즈 재개방으로 무게…중재국 협상 재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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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기자I 2026.08.28 1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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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와 직접 대화 사실상 중단…카타르·오만 등 제3국 중재 전면에
이란 “정상 통항 위한 조건 목록 준비”…오만과 지정 항로도 협의
전쟁 전 세계 원유 20% 통과…현재 운항량 정상의 5~15% 수준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이란전쟁을 둘러싼 외교의 초점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직접 협상이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카타르와 오만 등 중재국들이 해협의 정상적인 선박 운항 복원을 새로운 협상 의제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란도 중재국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기 위한 조건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호르무즈 해협 내 이란 영해 (사진=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내 이란 영해 (사진=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은 전날 테헤란을 찾아 이란 고위 당국자들과 회담했다. 알사니 총리는 회담 뒤 엑스(X)에 국제법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행의 자유를 존중하고 전쟁 이전처럼 개방된 선박 운항 체제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란 측에 강조했다고 밝혔다.

카타르의 방문 직후 이란은 재개방을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알마나르TV와의 인터뷰에서 중재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 조건을 명확히 제시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이란 정부가 현재 조건 목록을 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자이 사무총장은 조건 가운데 하나로 레바논을 포함한 역내 전쟁 종식을 거론했다. 과거 이란은 이란 항구에 대한 미국의 봉쇄 해제와 보상, 대이란 제재 철폐 등을 요구해왔다. 이번 조건에 기존 요구가 그대로 포함될지,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해협을 실제로 다시 여는 방식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레자이는 이란이 오만과 일부는 오만 영해, 일부는 이란 영해를 지나는 새로운 항로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이란 측 조건을 충족하면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된 중앙 항로를 이용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오만은 이미 이란과 해협 운항 정상화를 별도로 협의하고 있다.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은 지난 25일 테헤란에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양국이 임시 공동 항로를 마련하고 해협 내 기뢰 제거 작업에도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과 오만 사이에도 최종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양국이 해협의 선박 운항 관리와 수입 배분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이란 고위 소식통은 로이터에 세부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호르무즈 해협이 외교의 중심 의제로 떠오른 것은 미국과 이란의 직접 협상 통로가 사실상 막힌 영향이 크다. 최근 양측은 협상보다 상대를 겨냥한 강경 발언을 주고받았고, 미국은 직접 대화 대신 경제 제재를 통한 압박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 공백을 카타르와 오만, 파키스탄 등이 메우면서 해협 재개방이 양측이 다시 접점을 찾을 수 있는 현실적인 협상 의제로 부상한 셈이다.

카타르와 파키스탄은 지난 6월에도 이란과 미국 사이를 중재해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운항 조건을 담은 양해각서(MOU) 체결을 끌어냈다. 하지만 해협의 선박 운항을 어디까지 이란이 통제할 수 있는지를 놓고 해석이 엇갈리면서 합의는 빠르게 흔들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체결 약 3주 만에 MOU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이 협상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기도 하다. 전쟁 전에는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0%가 이란과 오만 사이의 좁은 해협을 통과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6개월 전 이란과 전쟁을 시작한 이후 이란은 자국 승인 없이 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했고, 선박 운항이 급감하면서 국제유가도 상승했다.

미국은 현재 국제 항로가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은 미군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수개월 전 설치한 기뢰를 제거했다며 “국제 해상운송로는 열려 있고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은 최근 수개월간 원유 약 7억5000만배럴을 실은 상선 1500척의 해협 통과를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선박 운항은 전쟁 이전 수준과 큰 차이가 난다. 선박 추적업체들은 이란의 공격 위협 때문에 상당수 선박이 해협 통과를 피하면서 현재 운항량을 평상시의 5~15%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유엔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서 70건의 사고가 발생해 선원 19명이 숨졌다.

미국과 이란이 정치·안보 현안을 놓고 직접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재국들은 우선 선박 운항 정상화부터 돌파구를 만들려 하고 있다. 이란이 제시할 재개방 조건과 미국의 수용 여부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릴 뿐 아니라 중단된 이란전쟁 외교가 재가동될지도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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