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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이유 없이 길 가던 사람 죽인 80대 "치매라..."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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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현 기자I 2026.09.10 12: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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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식 없고 이유 없어, 피해자 날벼락
피의자 "모른다, 잘 안 들려, 기억 안 나"
유족 측 "농사 대금 현금 셀 정도 정신 또렷"
정신감정 신청 받아들여져...유족 울분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아무 이유 없이 길을 걷던 이웃 주민을 살해한 80대 남성이 재판에서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사진=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인공지능 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사진=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인공지능 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10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84)씨 첫 공판이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백상빈) 심리로 진행됐다.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계속 범행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서 일단은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재판장이 “변호인의 이야기가 맞느냐” 또는 “지금 무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계시느냐”고 묻자 A씨는 침묵을 지키다 “잘 안 들린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A씨 측 변호인은 이후 “증거로 제출된 피고인 진단서에 지난해 중증 이상의 치매 상태라는 내용이 있고, 이후 치매 증상이 더 진행됐을 것이라는 추정 의견을 종합했을 때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을 신청하려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 정신상태 감정을 신청하겠다는 변호인의 이야기를 받아들여 변론 종결을 미루고 다음 달 1일 재판을 속행하기로 했다.

유족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재판장으로부터 발언권을 얻은 피해자의 친아들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호소했다.

피해자의 친아들은 “70대 천식 환자인 아버지가 가해자의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범행으로 돌아가셨다”며 “아버지는 사건 이후 머리부터 발끝까지 만신창이가 돼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다 지난주 눈을 감으셨다”고 분노를 토했다.

정신감정 신청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이웃 주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A 씨는 수년 동안 농사일을 해 힘이 장사였으며, 집에서 5㎞ 떨어진 논을 경작하려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쏘아붙였다.

또 “농사 수확량을 계산하고 대가를 현금으로 셀 정도로 인지능력도 뚜렷했다”며 “그런데 정신감정을 신청하고, 치매 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감경 사유를 찾는 것은 유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장님의 판결문 한 줄이 피해자 가족의 삶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며 “우리 사회에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재판장은 “제가 이 사건을 보면서 처음에 살인미수로 기소돼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결과가 이렇게 돼서 매우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며 B씨 아들을 위로했다.

이어 “당시 치매 등의 상태가 범행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형에 반영할지는 별도로 판단하게 된다”며 “유족의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무게감을 가지고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7월 31일 오전 7시 20분쯤 전북 익산시 한 자택 앞에서 이웃 주민 B씨에게 흉기와 둔기를 휘둘러 그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아무런 안면이 없는 피해자가 길을 걷는 것을 목격하자 별다른 이유 없이 그를 힘으로 제압하고 자택 마당으로 끌고 가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으로 복부와 얼굴, 머리 등을 크게 다친 B씨는 사건 이후 계속해서 치료를 받아오다 사건 발생 약 한 달 만인 지난 4일 끝내 숨졌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부터 “나는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A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됐으나 B씨가 숨지면서 검찰은 살인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했고 재판부도 이를 허가했다.

재판부는 A씨 측 양형 자료 제출 등을 위해 재판을 한 차례 속행하기로 했다.

A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10월 1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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