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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갚을 능력 있다는데"…새벽 주담대 '오픈런' 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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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훈 기자I 2026.08.10 14: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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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뱅 오전 6시 접수 시작…10분도 안 돼 하루 한도 소진
시중은행 한도 축소·접수 중단에 인뱅으로 수요 몰려
고정형 금리 최고 7%대…한도 줄고 이자 부담은 커져
인뱅도 총량관리 부담…4분기 대출 문턱 더 높아질 듯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신용점수도 낮지 않고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데, 대출 심사도 받아보기 전에 한도가 소진됐다고 하니 황당합니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오는 9월 말 신혼집 잔금을 치러야 하는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달 말부터 시중은행 영업점 세 곳 이상을 찾았다. 소득과 신용도, 담보가치 등을 고려하면 평소에는 주택담보대출을 무난히 받을 수 있는 조건이었지만 “은행의 대출 한도가 소진돼 취급하기 어렵다”거나 “대출을 받으려면 연 6%대 금리를 감수해야 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눈을 돌린 김씨는 매일 오전 6시에 시작되는 주담대 접수에 맞춰 새벽 5시부터 기다렸지만 하루 신청 한도가 빠르게 소진돼 또다시 실패했다. 김씨는 “갚을 능력이 없어서 거절된 것도 아닌데 대출 신청이 선착순이 돼버렸다”며 “잔금일은 다가오는데 심사받을 기회조차 잡지 못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관리가 강화되면서 주담대를 받기 위해 새벽부터 대기하거나 선착순 경쟁을 벌이는 ‘대출 오픈런’이 확산하고 있다. 상환 능력과 담보가치를 따지는 심사에 앞서 어느 은행에 얼마나 빨리 접속했는지가 대출 신청 기회부터 가르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매일 오전 6시 주담대 접수를 시작하면 10분도 지나지 않아 하루 신청 한도가 소진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접수 시작 1분도 되지 않아 마감됐다는 후기와 함께 미리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준비하거나 신청 정보를 빠르게 입력하는 방법 등 ‘오픈런 성공 요령’까지 공유되고 있다.

입주를 앞둔 대단지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의 한 아파트 입주 예정자 A씨는 최근 집단 잔금대출 신청을 위해 점심시간까지 미뤄가며 휴대전화를 붙잡고 있었다. 은행이 정오부터 문자메시지를 보낸 순서대로 대출 신청을 받겠다고 공지했기 때문이다. A씨는 “12시 정각에 문자를 보내 겨우 접수했다”며 “집을 사는 것보다 대출받는 게 더 어려운 전쟁이 됐다”고 말했다. 자금 조달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새집에 들여놓으려던 가전제품 계약을 취소하거나 입주 계획을 다시 짜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은행 빗장 걸자 인뱅으로 몰린 실수요자

대출 오픈런이 벌어진 배경에는 시중은행의 잇단 대출 제한이 있다. KB국민은행은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를 차주당 6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췄다. 우리은행은 영업점별 주담대와 전세대출 월 취급 한도를 3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축소했다. 하나은행은 9월 실행분까지 모집인을 통한 대출 접수를 중단한 데 이어 신규 비대면 주담대 취급도 중단했다. 5대 은행 모두 모기지신용보험(MCI·MCG) 가입을 제한하면서 차주가 받을 수 있는 실제 대출 한도도 줄었다.

카카오뱅크 주택담보대출 잔액
카카오뱅크 주택담보대출 잔액
주담대 금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4.64~7.38%, 6개월 변동형은 연 4.06~5.76%로 집계됐다. 고정형 금리 상단은 NH농협은행이 연 7.38%로 가장 높았고, 변동형 상단은 우리은행이 연 5.76%로 최고였다. 변동형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지난 6월 3.05%로 전월보다 0.15%포인트 오르면서 향후 차주의 이자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수요가 몰린다고 무작정 대출을 늘릴 수는 없다”며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남은 총량에 따라 상품별·영업점별 한도를 더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인뱅도 총량 부담…4분기 문턱 높아지나

시중은행에서 밀려난 수요는 상대적으로 신청 절차가 간편한 인터넷은행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비대면으로 서류 제출부터 심사까지 마칠 수 있고 연말까지 주담대 중도상환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고 있어 실수요자가 몰리고 있다.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크게 낮지 않은데도 신청이 폭주하는 이유다.

그러나 인터넷은행 역시 가계대출 총량관리에서 자유롭지 않다. 카카오뱅크가 금융당국에 제시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액은 정책대출을 제외하고 3965억원이다.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잔액만 올해 들어 3000억원가량 늘어난 만큼 총량 관리 부담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은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의 증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실제 추가 취급 여력은 유동적이다.

인터넷은행들은 주담대뿐 아니라 가계대출 전반의 속도 조절에도 나섰다. 카카오뱅크는 하루 주담대 신청 한도를 설정한 데 이어 신용대출 최저금리를 연 4.47%에서 4.78%로 높였다. 토스뱅크는 신용대출 한도를 3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였고 케이뱅크는 이달 말까지 마이너스통장 신규 개설을 중단했다. 시중은행에서 시작된 대출 제한이 인터넷은행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에는 이견이 없지만 은행별 총량과 접수 순서에 따라 이미 계약을 맺은 실수요자의 잔금 마련 여부가 갈리는 것은 문제”라며 “생애 최초 구입자나 입주·잔금일이 확정된 차주에 대해서는 예측 가능한 대출 공급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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