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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굽히기 힘들었던 세종…강직성 척추염과 닮은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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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용 기자I 2026.10.07 11:2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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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은 왜 잔치를 못 주재했나…실록 속 허리·등 통증

[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1435년 음력 4월 1일, 명나라 사신을 배웅하는 잔치를 위해 태평관을 찾은 세종이 도승지에게 몸 상태를 알렸다. 궁궐을 나설 때만 해도 잔치를 주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막상 도착하니 몸이 도저히 따라주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세종은 환궁을 했고, 잔치는 진양대군이 대신 맡았다. 세종실록에서는 세종의 허리와 등의 불편함이 공식 행사를 직접 주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전한다. 특히 실록에선 세종이 “허리와 등이 굳고 꼿꼿하여 굽혔다 펴기가 어렵다”고 표현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기록을 현대 의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강직성 척추염’을 떠올릴 만한 대목이다. 물론 실록의 기록만으로 세종의 질환명을 확언할 수는 없다. 다만 기록에 나타난 증상이 오늘날 강직성 척추염에서 나타나는 주요 증상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살펴볼 의미가 있다. 한글날(10월 9일)을 맞아 세종이 앓았던 것으로 보이는 질환, 강직성 척추염에 대해 알아본다.

허리 통증으로 몸을 굽힌 채 책상을 짚고 있는 세종대왕의 모습을 표현한 상상도 (AI 생성 이미지).
허리 통증으로 몸을 굽힌 채 책상을 짚고 있는 세종대왕의 모습을 표현한 상상도 (AI 생성 이미지).
◇ 허리와 다리 통증 호소하던 세종…온천욕으로 증상 다스려

강직성 척추염이란 척추에 염증이 발생해 척추 마디가 점차 굳어지는 만성적 척추관절병증이다. 대표적으로 허리와 엉덩이 주변에 통증과 뻣뻣함이 나타나지만, 염증이 무릎이나 발목 등 다리 관절로 번지면서 다리 통증이나 부종을 동반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허리를 굽히거나 펴기 어려워지고, 다리 관절의 통증까지 더해져 걷기 등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세종은 22세 때부터 허리와 다리가 불편해지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여러 기록을 살펴보면 기해년(1418년, 세종 즉위년)부터 오른쪽 다리 등이 아팠다는 언급도 찾아볼 수 있다.

실록에서는 세종이 운동을 싫어했다는 기록도 확인된다. 물론 운동을 꺼린 직접적 원인이 질환 때문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강직성 척추염은 허리뿐 아니라 다리 관절에도 통증과 뻣뻣함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이러한 신체적 불편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당시 세종은 어떻게 몸을 다스렸을까. 1439년 음력 7월 4일의 실록에는 세종이 자신의 병력과 치료 경과를 직접 설명하는 대목이 나온다. 오른쪽 다리 통증은 의원의 치료를 받고 조금 나아졌으며, 해마다 등의 통증이 지속되던 증상도 계축년인 1433년 온천욕을 한 뒤 완화됐다고 회고했다.

세종은 척추관절의 통증 치료를 위해 온천욕을 즐겼다. 그는 온양온천 등을 방문하며 온천수를 이용해 증상을 완화하려고 했다. 온천욕의 따뜻한 자극은 긴장한 근육을 이완하고 통증과 뻣뻣함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오늘날에도 온열요법은 이런 불편을 줄이는 보조적인 방법으로 활용된다. 다만 온천욕만으로 강직성 척추염의 염증이나 진행을 조절하는 것은 어렵다.

세종 역시 통증이 줄었다고 설명하면서도 이후 한두 해 동안 붓기와 통증이 남아 있었다고 밝힌다. 치료로 불편을 덜었지만 증상이 모두 해소되지는 않았던 셈이다.

◇ 세종이 현대 한의학 치료를 받았다면?

세종이 오늘날 같은 증상으로 진료실을 찾았다면 어떠했을까. 우선 증상이 시작된 시기와 움직임에 따른 변화를 묻고, 혈액검사로 염증 수치도 살핀다. 척추와 골반을 잇는 관절은 엑스레이·자기공명영상(MRI)으로 확인한다.

이후 강직성 척추염으로 확인됐다면 염증을 조절하는 약물치료와 규칙적인 운동·재활을 기본으로 삼는다. 또한 통증 관리를 위한 한의통합치료 병행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

특히 한의통합치료 과정에서는 통증의 정도뿐 아니라 허리와 관절의 움직임, 보행 등 일상생활에서의 기능 변화도 함께 살핀다. 기존에 받고 있는 약물치료가 있다면 이를 고려해 치료 계획을 세우고, 치료 전후의 증상 변화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면서 치료 방향을 조정한다.

실제 강직성 척추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의통합치료 후 통증과 염증 지표가 개선된 연구가 보고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이 대한한방내과학회지에 게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의통합치료를 44일간 받은 강직성 척추염 환자의 경우 허리 통증의 숫자평가척도(NRS)가 감소했으며, 혈액검사에서도 염증 지표인 적혈구침강속도(ESR)는 13에서 10으로, C반응성단백(CRP)은 1.39에서 0.84로 감소하는 변화가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강직성 척추염으로 인한 관절염 환자에게 한의통합치료를 시행한 결과, 호전 효과를 보인 연구 결과가 척추신경추나의학회지에 실리기도 했다. 강직성 척추염으로 인해 천장관절염과 고관절 윤활막염이 발생한 환자에게 한의통합치료를 시행했으며, 이후 다리 NRS는 물론 하지의 움직임을 평가하는 하지직거상검사(SLRT)도 개선된 것으로 보고됐다.

운동을 즐기지 못하고 독서와 정무로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세종.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국가의 제도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과로와 스트레스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실록에 남은 세종의 불편은 오늘날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이 겪는 일상과도 맞닿아 있다. 허리를 굽히고 펴기 어려워지면 일상생활은 물론 업무에도 불편이 생기고, 통증 때문에 움직임을 줄이면 관절과 척추의 뻣뻣함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허리 통증과 뻣뻣함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피로로 넘기기보다 원인을 확인하고, 치료와 함께 자신의 상태에 맞는 운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자생한방병원 홍순성 원장은 “강직성 척추염은 증상이 호전됐다가도 다시 나타날 수 있어 단기간의 치료에 그치기보다 자신의 상태에 맞는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며 “통증이 심할 때는 무리한 활동을 피하고, 증상이 완화된 이후에도 적절한 운동과 치료를 병행해 척추와 관절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일상생활의 불편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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