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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력 수요에 17조원 베팅…美천연가스업계 판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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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10.27 11: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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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QT, 레인지리소시스 인수…美최대 가스생산업체 탄생
애팔래치아 잠재 수요 전망 25%↑…AI·발전 수요 기대
연 3.25억달러 시너지 전망…장기 공급계약 확보 노려
신규 수요 상당 부분 3년 이후…실제 계약 전환이 관건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가 미국 천연가스업계의 대형 인수합병(M&A)을 촉발하고 있다. 미국 최대 천연가스 생산업체인 EQT가 약 130억달러(약 17조2055억원) 규모의 주식교환을 통해 경쟁사 레인지리소시스를 인수하기로 했다. 아직 본격화하지 않은 AI 전력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생산시설과 가스 수송망부터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미국 천연가스 기업 EQT와 레인지리소시스가 26일(현지시간) 공개한 '미국의 독보적인 천연가스 강자'라는 제목의 전략적 결합 관련 발표 자료 표지 (사진=EQT·레인지리소시스)
미국 천연가스 기업 EQT와 레인지리소시스가 26일(현지시간) 공개한 '미국의 독보적인 천연가스 강자'라는 제목의 전략적 결합 관련 발표 자료 표지 (사진=EQT·레인지리소시스)
EQT는 26일(현지시간) 레인지리소시스를 전액 주식교환 방식으로 인수하는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레인지리소시스 주식 1주당 EQT 주식 0.987주를 지급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수 대상 지분가치는 약 128억3000만달러로, 직전 거래일 종가에 약 20.6%의 프리미엄을 얹은 수준이다. 합병 기업의 부채를 포함한 기업가치는 500억달러를 넘는다.

합병이 완료되면 하루 천연가스 환산 생산량이 90억입방피트를 넘는 미국 최대 생산업체가 탄생한다. 약 300만에이커의 광구와 3700마일 이상의 가스 수송·처리 인프라, 30년 이상 개발할 수 있는 자원을 확보하게 된다. 거래 완료 목표 시점은 내년 1분기다.

이번 거래의 핵심은 단순한 생산량 확대가 아니다. EQT가 주목하는 것은 미국 동부 애팔래치아 지역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가스 수요다. 토비 라이스 EQT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인수 관련 콘퍼런스콜에서 인수 시점을 결정한 중요한 계기로 애팔래치아 지역의 신규 수요를 꼽았다.

EQT는 애팔래치아 지역에서 2035년까지 발생할 수 있는 천연가스 신규 수요 증가 규모를 하루 최대 250억입방피트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에 제시한 200억입방피트보다 25% 높아진 수준이다. 회사 측은 발전시설 신설과 가스 수송망 확충, 데이터센터 관련 사업 등이 수요 확대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수치를 이미 확보한 판매 물량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250억입방피트는 회사가 예상한 잠재적인 신규 수요 증가 규모다.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라이스 CEO는 새롭게 등장하는 수요의 상당 부분이 3년 이상 뒤에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논의 중인 사업이 실제 가스 구매계약으로 이어지고, 발전시설과 데이터센터가 계획대로 건설돼야 수요가 현실화한다는 의미다.

미국 애팔래치아 지역의 천연가스 수요 증가 전망. EQT와 레인지리소시스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 천연가스 수요는 2026년 하루 약 20억입방피트에서 2035년 약 250억입방피트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위: 하루 10억입방피트, 자료: EQT·레인지리소시스)
미국 애팔래치아 지역의 천연가스 수요 증가 전망. EQT와 레인지리소시스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 천연가스 수요는 2026년 하루 약 20억입방피트에서 2035년 약 250억입방피트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위: 하루 10억입방피트, 자료: EQT·레인지리소시스)
실제로 EQT 경영진이 강조한 전략도 생산량을 무조건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장기 공급계약을 확보한 뒤 이에 맞춰 생산을 확대하는 것이다. 회사는 합병 후 지역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하루 약 30억입방피트의 생산량을 장기 계약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신규 계약이 확정된 물량이 아니라 향후 공급계약에 배정할 수 있는 생산 기반이다.

합병의 경제성도 향후 수요 실현에 달려 있다. EQT는 조직·운영·판매 부문에서 2년 안에 연간 3억2500만달러의 기본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수송망 최적화와 장기 공급계약 확대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연간 6억달러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 수치들은 모두 회사 전망이다.

로이터는 이번 인수에서 비용 절감 효과만큼이나 애팔래치아산 천연가스의 판매가격을 높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 지역은 풍부한 생산량에 비해 외부로 가스를 내보낼 수송망이 부족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돼 왔다. 데이터센터와 발전시설이 인근에 들어서면 먼 지역으로 가스를 운송하지 않고도 새로운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다.

이번 130억달러 거래의 성패는 AI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이 실제 가스 수요로 이어질지, 신규 수요가 애팔래치아 지역의 가스 판매가격을 얼마나 끌어올릴지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투자 열풍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를 넘어 미국 에너지 산업의 기업가치와 인수합병 전략까지 바꾸고 있지만, 미래 수요에 대한 기대가 실제 수익으로 연결될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미 텍사스주에 위치한 천연가스 시추 시설 (사진=AFP)
미 텍사스주에 위치한 천연가스 시추 시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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