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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로봇 빅뱅’으로 불리는 이 같은 시장 확대 전망은 완성차 업체는 물론 부품 업계의 셈법도 바꿔놓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전동화·자율주행으로 재편되며 성장 정체에 부딪힌 상황에서, 로봇 부품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로봇의 관절을 움직여 실제 동작을 구현하는 액추에이터는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 원가의 약 6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히며,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모비스가 가장 앞서 성과를 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1월 CES 2026에서 미국 로봇 전문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전략적 협력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고,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 중인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양산 시점에 맞춰 액추에이터를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자동차 부품 기업이 로봇 분야에서 공식 고객사를 확보한 첫 사례로, 보스턴다이내믹스 측은 현대모비스의 부품 설계 기술과 글로벌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대량 양산 역량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지난달 열린 ‘2026 R&D 테크데이’에서는 실제 개발 중인 액추에이터 2종을 처음으로 실물 공개하며 양산을 위한 준비 작업이 본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줬다.
현대모비스의 전략은 단계적 확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현대차그룹이 향후 수년간 수만 대 규모로 추진하는 로봇 구축·운영 계획을 부품 공급으로 뒷받침하는 한편, 이를 발판 삼아 핸드 그리퍼와 센서, 제어기, 배터리팩 등으로 연구개발 범위를 넓혀간다는 구상이다. 최종 목표는 신뢰성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대규모 공급 체계를 구축해 글로벌 로봇 부품 시장에서 완성차 부품 사업 못지않은 입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아틀라스 공급 계약이 자동차 부품에 편중된 매출 구조를 로봇 분야로 다변화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현대모비스가 이 경쟁에서 독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내 경쟁사인 LG전자와 삼성전자도 액추에이터를 로봇 사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규정하고 잇따라 진출을 선언했다. LG전자는 최근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한 액추에이터 수주를 눈앞에 뒀다고 밝히며 이를 새로운 부품 사업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고, 삼성전자 역시 액추에이터 내재화를 경쟁력의 핵심으로 제시하며 로봇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내년을 기점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예고한 상태다. 여기에 국내 중소 로봇 부품 기업들도 그동안 일본산에 의존하던 부품을 국산으로 대체하며 삼성·LG·테슬라 등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어, 경쟁 구도는 한층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결국 관건은 골드만삭스가 제시한 것과 같은 폭발적 수요 증가 국면에서 누가 먼저 안정적인 양산 체계와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대모비스는 완성차 부품으로 다져온 대량 생산 노하우와 품질 관리 역량을 앞세워 선두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자본력을 갖춘 전자 대기업들의 참전으로 시장 판도는 아직 유동적이다. 2035년 650만대라는 숫자가 현실이 되기까지, 자동차와 전자 업계를 아우르는 국내 부품 기업들의 각축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마켓잉크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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