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현재 원장은 신간 ‘넘어진 만큼만 아파하기로 했다’(부키)를 통해 상처 자체보다 ‘상처를 대하는 방식’이 삶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수년간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만나온 그는 자책과 자기연민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방법을 차분히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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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책이든 남 탓이든 결국 체념과 무력감으로 이어지는 ‘자기연민(Self-pity)’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기연민은 스스로를 불쌍한 존재로 규정한 채 그 슬픔에 머무르는 상태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내면의 힘을 점차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MBTI를 비롯한 각종 성격 유형 검사와 심리 용어에 자신을 지나치게 가두는 태도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낸다. ‘나는 원래 내향적이라 사람을 못 만난다’, ‘감정형이라 감정 조절이 안 된다’처럼 결과를 자신의 한계로 받아들이는 순간 변화의 가능성마저 스스로 차단하게 된다고 말한다. 성격 특성이 쉽게 변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고정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마음이 회복되기를 기다리기보다 몸을 먼저 움직이는 ‘행동 활성화(Behavioral Activation)’를 회복의 핵심 원리로 제시한다. 우울한 사람일수록 행동을 미루고, 행동을 미룰수록 다시 우울감이 깊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책상 서랍 한 칸 정리하기, 밀린 설거지하기, 분리수거하기처럼 부담이 적은 일부터 시작하고, 하루 10분 햇볕을 쬐며 걷거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는 등 몸을 움직이는 작은 실천을 권한다. 그는 우울한 날의 목표는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망치지 않는 것이라며, 기분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일상을 유지하는 행동 자체가 회복의 출발점이라고 이른다.
저자가 말하는 회복은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는 ‘변신’이 아니다. 흔들리고 넘어지더라도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는 ‘복귀’에 가깝다. 그는 “좋아지려면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특별한 비법 대신 “제때 먹고, 제때 자고, 제때 노는 일상의 리듬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현재 원장은 “상처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은 이후 마음을 어떻게 다루고 앞으로 나아갈지를 배우는 것이 회복”이라며 “강철 같은 멘털을 갖기보다 삶의 중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