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8월07일 00시15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서, 이건엄 기자] 신용등급은 회사채의 원금 상환을 보장하는 기준이 아니라 기업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중앙그룹 계열사의 부실 위험을 제때 반영하지 못한 신용평가사의 책임은 분명하지만, 투자자에게 신용등급의 의미와 원금 손실 가능성을 정확히 알리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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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앙그룹 계열사의 부실이 현실화한 이후 신용등급이 잇따라 하향 조정되면서 신용평가사의 평가 적시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유동성 저하와 차환 부담 확대, 계열의 지원 여력 약화 등 신용위험 변화를 등급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중앙그룹 일부 계열사가 투자적격등급을 유지하다가 JTBC의 채무불이행 발생 이후 투기등급으로 급격히 하향되면서 이른바 ‘뒷북 강등’ 논란도 불거졌다. 신용등급이 실제 채무불이행에 앞서 위험 변화를 알리는 조기경보 기능을 제대로 수행했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신용평가사는 재무제표뿐 아니라 현금흐름과 단기 유동성, 차입금 만기 구조, 자본시장 접근성, 계열의 지원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용등급을 산정한다. 따라서 재무제표상 자본잠식이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차환 여건이 악화하거나 단기 상환 부담이 커졌다면 이를 수시평가와 등급전망에 보다 신속히 반영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용평가가 기업의 공시자료와 재무실적 등을 토대로 이뤄지는 만큼 일정한 후행성은 불가피하다. 이에 등급을 즉시 조정하기 어렵더라도 등급전망 변경이나 하향검토 대상 등록 등을 통해 위험 신호를 시장에 선제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신용평가사가 등급 산정의 주요 근거와 잠재적인 하방 위험을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신용등급을 원금 상환 보증으로 받아들여선 안 돼”
다만 신평사의 평가 책임과 별개로 신용등급을 원금 상환의 보증으로 받아들이는 인식도 개선해야 한다는 게 신용평가업계의 주장이다. 신용등급은 평가 시점에서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과 부도 가능성을 등급별로 나타낸 상대적인 지표다. 기업의 영업환경과 재무상태, 금융시장 여건이 달라지면 언제든 하락할 수 있다.
투자적격등급을 받았다는 사실도 부도가 나지 않거나 원금이 반드시 상환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평가 당시 투기등급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채무상환 능력이 양호하다는 뜻에 가깝다. 투자자는 신용등급뿐 아니라 발행사의 현금흐름과 부채 규모, 차환 계획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회사채 판매 과정에서 신용등급의 의미와 한계를 더욱 명확히 알려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신용등급이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함께 등급 하락이나 채무불이행에 따른 원금 손실 가능성, 유통시장에서 회사채를 제때 팔기 어려울 수 있다는 환금성 위험 등을 구체적으로 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투자자에게 회사채를 판매할 때는 예금과 다른 금융상품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회사채는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며 발행 기업이 원리금을 갚지 못하면 투자자가 손실을 부담한다. 표면금리가 높은 비우량채일수록 그만큼 부도 가능성과 손실 위험도 크다는 점을 충분히 알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별 기업의 부실을 이유로 비우량 회사채의 발행이나 신용등급 부여 자체를 제한하는 방안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규제가 강화되면 재무 여력이 부족한 기업의 정상적인 자금조달까지 막힐 수 있어서다. 기업의 자금 수요가 공시와 투자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모채나 전자단기사채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개별 부실을 이유로 발행을 규제하는 것은 팔이 아프다고 팔을 자르는 격”이라며 “비우량 기업뿐 아니라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수익을 얻어온 투자자의 반발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평가 단계에 별도의 제동장치를 두면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일률적으로 배제되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신평사가 규제를 의식해 등급 부여를 꺼리거나 평가를 미루면 해당 기업의 제도권 회사채 시장 접근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위험을 없애기보다 정보가 부족한 시장으로 밀어내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회사채 발행을 일률적으로 막기보다 신평사의 평가 책임과 판매사의 설명 의무를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평사는 유동성과 차환 가능성, 계열 지원 능력의 변화를 등급과 전망에 신속히 반영하고, 판매사는 신용등급이 원금 보증 수단이 아니라는 점과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회사채를 예금과 비슷한 안전자산으로 보는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며 “신평사는 위험 변화를 적시에 평가하고 판매사는 이를 충분히 설명해 투자자가 위험과 수익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