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소설, 에세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적인 작품으로 세계 문학계를 사로잡은 그가 70대에 새롭게 도전한 운동은 복싱이다. 파킨슨병으로 글씨 쓰기조차 어려워진 그는 일주일에 세 차례 복싱 수업을 받으며 병과 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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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슨이 복싱을 시작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뒤 몸의 움직임이 예전 같지 않아지면서다. 손과 눈의 협응력과 동작의 순서를 훈련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복싱을 선택했다. 카슨은 2024년 영국 문예지 ‘런던 리뷰 오브 북스’에 기고한 글에서 병으로 인해 글씨 쓰기가 어려워진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프린스턴대 강연에서 죽음을 ‘검은 문’에 비유하면서도 누군가 자신의 손에 복싱 글러브를 끼워주는 순간만큼은 그 문에 대한 걱정을 잊게 된다고 말했다. 병으로 인한 신체적 한계 앞에서도 새로운 움직임을 배우며 삶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카슨의 남다른 면모는 독서 습관에서도 드러난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대하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무려 7년에 걸쳐 읽은 그는 책을 모두 읽고 난 뒤 일종의 ‘금단증상’을 겪었다고 한다. 소설 속 세계에서 빠져나온 일상이 너무나 무미건조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결국 작품 속 인물 알베르틴을 소재로 새로운 작품 ‘알베르틴 워크아웃’을 집필하며 프루스트의 세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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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한 순간에는 카슨 특유의 소탈한 면모가 드러났다. 지난 8일 아이슬란드 자택에서 바닥을 쓸고 있던 카슨은 스웨덴 한림원으로부터 수상 소식을 전해 들었다. 평소 전화받기를 꺼리는 그는 처음에는 걸려 오는 전화를 피했다고 한다. 뜻밖의 영예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그는 축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전화기를 두고 숲길을 산책하며 조용한 시간을 보내겠다”고 답했다.
고대 그리스·로마 문학을 연구해온 앤 카슨은 신화와 고전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구축해왔다. 스웨덴 한림원은 카슨의 작품에 대해 “고전적 전통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현대 문학의 새로운 형식을 창조해 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70대에 복싱 글러브를 끼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그의 삶 역시 한림원이 주목한 틀에 얽매이지 않는 문학적 실험정신과 맞닿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