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로컬 수제맥주를 팝업으로 판매하는 ‘무빙브루어리’가 창업 2년여 만에 전국 30여 개 양조장이 참여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단순히 지역 맥주를 모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자체와 함께 하고 지역 축제를 기획하는 등 사업 영역도 관광으로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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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15년차 광고 기획자 출신인 함민희 무빙브루어리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수제맥주 사업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며 “팝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좋은 제품을 만들고도 판로를 찾지 못하는 지역 양조장들의 현실을 알게 된 것이 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무빙브루어리의 시작은 인플루언서와 함께한 대형 팝업이었다. 21일간 약 14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쇼핑몰 측으로부터 또 다른 프로젝트를 제안받은 것이 출발점이었다.
여름 계절에 어울리면서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찾던 그는 로컬 수제맥주에 주목했다. 이틀 동안 관련 기사 150건을 스크랩해 양조장 목록을 만들고 전화를 돌렸다. 이후 약 한 달간 직접 양조장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모인 12개 양조장과 2024년 8월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첫 프로젝트 ‘브루어리 인 용산’을 열었다.
양조장마다 특색을 살린 전시 벽을 만들고 행사장 연출에도 공을 들였다.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12일간 매출은 약 1억2000만원. 하루 평균 1000만원을 팔았지만 예상 매출의 6분의 1에 그치면서 적자를 냈다. 그는 첫 행사 뒤 사업을 접는 대신 바이어를 설득해 팝업을 연장했다.
용산 아이파크몰 7층에서 약 한 달간 무더위와 싸우며 행사를 이어가는 동안 다른 유통업체의 협업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환점은 스타필드 수원이었다. 여러 지역 양조장의 맥주를 한자리에서 맛보고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먹혔다. 맛있는 맥주를 찾으면서도 잘 모르는 제품을 샀다가 실패하고 싶지 않은 소비자들의 심리와 ‘직접 맛보고 고르는’ 무빙브루어리의 방식이 맞아 떨어졌다.
함 대표는 “두세 시간 동안 서서 계산만 해야 할 정도였다”며 “한번 맛본 지역 맥주를 다시 찾는 손님도 생겼다”고 했다. 이어 “다음 팝업이 어디서 열리는지 특정 양조장 제품이 언제 입고되는지 묻고 미리 예약해 수령하기도 한다”며 “가볍게 마실 맥주를 고르는 것과 좋아하는 맛을 찾아 구매하는 것은 다른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이름도 ‘무빙브루어리’로 바꿨다. 한곳에서 열리는 맥주 행사를 넘어 양조장과 함께 전국을 움직이는 플랫폼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초기 12곳이던 협업 양조장은 2년새 약 30곳으로 늘었다. 지난해 진행한 팝업도 30~40건에 달한다. 올해도 월 2~3건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고양 스타필드에서는 약 2주간 1만 5000명가량이 방문했고 롯데백화점 동탄에서는 약 2만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매출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무빙브루어리의 매출은 2024년 4억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서 2025년 15억 7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9월 기준 약 12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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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 대표는 무빙브루어리의 경쟁력으로 큐레이션과 품질 관리를 꼽았다. 직원들이 모든 제품을 직접 맛보고 테이스팅 노트를 만들어 고객에게 설명하는 방식이다. 수제맥주는 5도 안팎에서 보관해야 하고 13도를 넘으면 2차 발효가 시작되기 때문에 철저한 품질관리는 필수다. 편의점 수제맥주 붐이 꺼진 것도 결국 냉장 유통 때문이라고 함 대표는 진단했다.
그는 “한자리에서 10~20개 양조장의 대표 제품을 맛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다”면서 “좋은 맥주를 발견한 고객이 나중에 그 양조장을 다시 찾는 모습을 보면 우리가 판로 하나를 만들어줬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조장 대표님들이 직접 행사장에 와서 함께 잘되기를 바라며 협력하는 모습을 보면 책임감이 커진다”며 “무빙이 잘돼야 우리도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이 가장 큰 동력”이라고 했다.
다음 목표는 수제 맥주를 지역 여행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거점 매장과 물류시설을 마련하고, 지역 명소·맛집·숙박 등을 연계한 관광상품을 단계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가족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수제맥주 축제를 키워 ‘한국판 옥토버페스트’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있다.
함 대표는 “수제맥주는 지역 관광을 연결하는 하나의 콘텐츠다.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해 지역을 연계하는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내·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관광상품의 개발 등을 단계적으로 진행해갈 예정이다. 각 지역의 특색있는 상품을 기획하고 지역 명소, 맛집, 숙박 등을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로컬 수제맥주의 경쟁력을 다양성에서 찾는다. 양조장마다 다른 취향과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소비자를 만날 판로가 없으면 새로운 시도도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함 대표는 “작은 양조장들이 도전을 이어가려면 고객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지역 맥주 한 잔을 맛본 경험이 그 지역을 찾아가는 여행으로 이어지도록 무빙브루어리가 그 시작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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