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발생률 약 두 배 증가
연구진 "대중 모임 위험 크다"
방역·개인권리 충돌 논란 재점화
정부 TF, 대응체계 개편 추진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야외 콘서트 등 대중 모임 때문에 감염병 환자가 최대 두 배가량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대중 모임이 감염병 확산의 주요 요인이라는 근거가 계속 나오고 있다. 다만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다시 찾아온다면 이전과 같은 대응을 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정부 또한 팬데믹 대응 계획을 재구조화하겠다며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는데 방역 관점과 사회적 가치의 충돌에 대한 합의점을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이 크다.
 | 지난 2022년 5월 27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운동장에서 한양대 축제 ‘2022 라치오스’가 열렸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사진=뉴시스) |
|
최근 대한의학회지에 국내서 코로나19가 확산할 당시 야외 콘서트 등 대중 모임이 얼마나 감염을 확산시키는지에 대한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대한의학회지 ‘혼잡한 공간, 전염 위험: 2022년 대한민국 대학 구성원과 지역사회의 야외 콘서트 후 COVID-19 발생률 비교’, 김종훈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연구진은 야외 콘서트를 포함한 대학 축제가 대학 구성원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당시 연구를 진행한 2022년 5월 2일부터 4일까지는 코로나19 거리 두기 제한 조치가 완화된 시점이었다. 이로 말미암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밀렸던 야외 콘서트와 대학 축제가 다시 시작됐다. 특히 콘서트는 약 2~3시간 동안 서서만 관람할 수 있는 야외 행사였으며 최대 1만 2000명의 참석자를 수용할 수 있었다. 콘서트는 4일 마지막날 만석이었으며 관객들은 행사 내내 가까이에서 열광적으로 환호하고 뛰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마스크 착용은 의무는 아니었지만 권장됐다.
이후 연구진이 대학과 지방 정부 웹사이트의 코로나19 사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야외 콘서트 이후 확진자가 크게 증가했다. 2022년 5월 6일부터 29일까지 해당 대학은 하루 평균 5.8건의 확진자(총 138건)를 기록했다. 연구진이 콘서트 등의 야외 축제가 없었을 경우를 두고 추론한 시나리오에서는 하루 확진자 수가 2.5명에서 3명(총 57.1명에서 72.0명) 수준이었다. 이를 토대로 연구진은 야외 콘서트가 대학 구성원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약 두 배 증가시켰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 결과는 혼잡한 야외 모임이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보여주며, 이러한 행사에서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김종훈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혼잡한 공간, 전염 위험: 2022년 대한민국 대학 구성원과 지역사회의 야외 콘서트 후 COVID-19 발생률 비교’ 연구 결과.(자료=대한의학회지) |
|
대중 모임이 감염병 확산의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방역 당국이 다음 팬데믹이 오면 대중 모임을 막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감염병의 위협뿐만 아니라 거리 두기 제한과 백신 접종 등 개인의 권리 침해 및 의무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야외 콘서트 이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증가했지만 확진자 대부분이 대학생인 20대여서 중증으로 이어진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수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지역사회 현장에서 코로나19에 대응했던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국가 보건안보 시스템은 여러 신종감염병 대유행을 거치며 거듭 발전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앞으로 닥칠 또 다른 신종감염병 위기 때 ‘과거의 대응방식이 여전히 유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면서 미래 감염병 대응체계 개편을 시사했다. 임 청장은 아예 질병청 내에 관련 TF까지 만들고 올해 내로 방역조치에 대한 국민의 수용성 변화까지 고려한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체계를 재구조화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객관적 근거로서 건설적인 사회적 논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